한독(002390)이 다국적제약사와 공동판매하던 400억원대 당뇨치료제 '가브스'를 접고 같은 계열의 신제품 '테넬리아'를 출시했다. '남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자사 제품'의 수익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시장 포화 상태에서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가브스' 이상의 판매를 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독은 DPP-4억제제 계열 당뇨신약 '테넬리아'를 지난 1일 출시했다. DPP-4억제제는 혈당 조절을 방해하는 특정 호르몬을 억제해 인슐린 분비가 잘 되게 하는 치료제다. 테넬리아는 한독이 지난 2012년 일본계 미쓰비시다나베와와 판권 계약을 체결해 도입한 제품이다.
업계에선 한독의 계약을 이례적이라고 보았다. 한독은 2008년부터 같은 계열의 노바티스 '가브스'를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DPP-4억제제 두개를 양손에 쥔 셈이다. 한독은 지난해 노바티스와 계약을 종료하고 테넬리아로 주력제품을 변경했다. 대형약물을 포기한 이 같은 결정은 수익성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두 제품에 대한 한독의 권리는 차이가 있다. 가브스는 판매 영업 위탁이고, 테넬리아는 판권 보유 형태다. 이익에서는 판권 쪽이 낫다.
업계에 따르면 공동판매의 경우 매출액에서 20% 정도를 원개발사로부터 판매수수료로 받는다. 판권의 경우 로열티, 원료나 완제품 수입액을 제외하고 매출액에서 40% 정도가 남는다.
또한 공동판매는 판권회수의 위험요인도 있다. 1~3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원개발사가 부여한 목표 매출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패널티를 받게 된다. 반면 판권은 10년 이상을 계약을 유지해 사업 지속성에서 유리하다. 다만 임상과 허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임상 실패할 리스크도 떠안아야 한다.
결국 한독은 안정적인 가브스의 매출을 버리고 테넬리아의 수익성을 선택한 셈이다. 하지만 DPP-4억제제 시장이 포화 상태여서 후발주자로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IMS데이터에 따르면 당뇨치료제 전체 시장은 지난해 6000억여원 규모를 보였다. DPP-4억제제 시장은 2500억여원으로 40% 이상을 점유했다. MSD, 베링거인겔하임,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BMS, LG생명과학이 DPP-4억제제 시장을 선점했다. 여기에 동아에스티와 JW중외제약도 이르면 올 하반기 시장에 합류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DPP-4억제제 시장이 굳어진 양상이어서 후발 약물들은 매출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약효가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하다는 임상 근거가 있으면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독이 가브스를 버리고 테넬리아를 선택한 것이 약 또는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독의 DPP-4억제제 '테넬리아'.(사진제공=한독)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