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의 수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건설, 조선, 가전 등 내수 제조업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철강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대신 내수 시장은 저가 수입재의 비중이 확산되고 있다. 철강기업들이 수입재에 내수시장을 내주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모양새다. 수요산업 침체가 길어지면서 비용절감을 위해 저렴한 철강재를 찾는 사례가 늘어난 탓이다.
12일 한국철강협회가 발표한 ‘2014년 철강재 출하구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철강재 출하량 중 내수 비중은 64.4%, 수출 비중은 35.6%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내수는 5.0% 줄고 수출은 10.5% 증가했다. 지난해와 2013년 출하량이 각각 7926만8000톤, 7926만6000톤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수출 비중은 2000년 이후 최근 1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0년 23.1%에 불과했던 수출 비중은 지난해 35.6%로 12.5% 포인트 증가한 반면 내수 비중은 2000년 76.9%에서 지난해 64.4%로 12.5% 감소했다.
연도별 철강재 출하 물량 추이. 자료/한국철강협회.
주요 수요산업인 건설과 조선, 가전 산업의 부진 영향이 컸다. 2010년 전체 내수 철강재 수요 중 24.9%를 차지했던 조선업은 지난해 21.2%로 3.7%포인트, 140만7000톤가량 줄었다. 철강재 사용량이 가장 많은 건설업은 2010년 27.3%에서 지난해 27.9%로 0.6%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기전자산업은 8.4%에서 5.0%로 3.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자동차산업은 2010년 22.5%에서 지난해 27.5%로 5.0%포인트 증가했다. 주요 철강 전방산업 중 유일한 증가세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내수와 함께 수출 비중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이 늘면서 해외법인으로 보내는 자동차강판 등 철강재 물량이 늘어서다. 여기에 미국발 셰일가스 붐으로 인해 유정용 강관 물량이 증가한 점도 수출비중 증가세에 기여했다.
한편 수입재에 의한 내수시장 잠식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철강재 수입량은 1082만5000톤에 달했다.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했지만 열연강판(26.7%), 중후판·반제품(12.9%), 봉강(6.8%), 선재(6.6%) 등 수입재 비중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아울러 중국산 등 저가 제품 유입으로 제품단가가 낮아지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중국산 철강재의 톤당 평균 단가는 지난해 6월 747달러에서 올 6월 584달러로 21.8%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산업 침체로 인해 생산량을 수출로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해외에서도 중국산과 경쟁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자동차강판, 강관 등 일부 고부가 제품을 제외하면 수출제품의 수익성은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세아베스틸의 100톤 규모 전기로에서 쇳물이 끓고 있다. 사진/세아베스틸.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