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매매 과정에서 영업사원의 계좌로 송금한 금액이 빼돌려졌더라도 이를 돌려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이모(32)씨가 수입차 판매업체 A사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에 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송금할 당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영업사원 박모씨의 행위가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해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정상가에서 17% 할인된 직원 판매가로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욕심과 박씨가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이유에서 박씨의 개인 예금계좌로 매매계약금 명목으로 2570만원을 송금함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또 "이씨가 박씨의 행위가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해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용자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A사의 서초지점 판매영업사원인 박씨는 지난 2011년 3월 고등학교 동창생으로서 평소 알고 지내던 이씨에게 시가 5400만원인 아우디 승용차 1대를 직원할인가를 적용해 4523만원에 팔겠다고 제안했다.
이씨는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혼다 승용차를 2570만원에 매각한 후 아우디 매매대금의 일부로 박씨의 개인 계좌로 송금했지만, 박씨는 이를 송금받아 보관하던 중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이에 이씨는 A사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사는 박씨의 매매대금을 빙자한 편취와 횡령행위가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직무상 권한을 일탈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박씨의 사용자로서 이씨가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는 A사의 계좌로 매매대금을 입금하지 않는 점에 대해 의문을 품고 사전에 A사의 다른 직원들에게 매매계약의 체결사실을 사전에 확인했어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과실이 있고, 이러한 과실은 위와 같은 손해의 발생과 확대의 원인이 됐다고 할 것이므로 이씨가 배상해야 할 손해액의 비율은 20%로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씨가 자동차에 대한 매매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박씨의 개인 계좌로 2570만원을 송금한 점, 이씨가 주장하는 매매대금 4523만원과 대비해 보더라도 송금한 금액이 매매계약금이라고 보기에는 과다한 점 등을 들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