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신용등급 강등과 중국 위안화 평가 절하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 신흥국 경제에 암울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브라질 정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흑자 목표를 하향 조정한 이후 신용등급 강등 경고가 연이어 나오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중국까지 환율전쟁에 뛰어들면서 신흥국들은 가파른 통화가치 하락에 몸살을 앓고 있다.
12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 직전 수준인 'Baa3'로 강등한다고 밝혔다. 트리플(주가, 채권, 통화) 약세에 시달리고 있는 브라질의 향후 경기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S&P도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중립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려 잡은 바 있다. 피치도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한 상태다.
◇(자료=블룸버그)
브라질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헤알화 가치가 가파른 하락세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헤알화의 추가 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재정 목표가 수정되면서 호세프 집권 2기가 추진하는 재정 개혁의 성공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졌고 이를 반영한 신용 등급 강등 경고는 헤알화 절하 기조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브라질의 신용 등급이 투기 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높아졌다"며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의 약세 기조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브라질 뿐 아니라 러시아 경제 역시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신흥국 전반에 대한 펀더멘털 둔화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날 러시아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년대비 4.6%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와 루블화 하락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6년만에 처음으로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브라질과 러시아의 동반 쇼크가 연이어 터지면서 신흥국 전반에 대한 위기감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예고된 시점에서 중국 마저 이틀 연속 위안화를 큰폭으로 평가절하에 나서면서 신흥국 통화가 된서리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인도네시아 루피아와 말레이시아 링깃은 17년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싱가포르 달러와 대만 달러, 필리핀 페소 역시 5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흥국 통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 나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펀더멘탈이 취약한 국가들일수록 환울과 주식시장에서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난했다.
이어 "당분간 리스크에 노출된 신흥국시장 전반의 경제상황을 예의주시해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