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시크릿)상속할 재산도 없다? 소액일수록 '옥신각신'

미리 준비하는 게 가족 행복 위하는 길

입력 : 2015-08-16 오후 12:00:00
지나치면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삼성, 롯데를 비홋한 재벌가 사람들이 가족, 형제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실감하는 말이다. 그런데 달랑 집 한 채가 전부인 내가 죽게 되면 가족들이 싸우게 될까. 대게 사람들은 "대단한 재산도 있는 것도 아니고 형제간 우애도 좋으니까 대화로 풀어갈 수 있다"며 무심히 생각해버린다.
 
정말 그럴까. 통계는 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2011년 154건이었던 상속재산분할사건 접수 건수는 2012년 183건, 2013년 200건, 2014년 266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법원은 올해 300건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4년새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수백억원에 이르는 상속재산을 두고 소송을 벌이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소액이라도 한 푼을 더 받기 위해 가족 간 법정 다툼이 잦아지고 있는 추세다. 경기침체와 고용 불안등으로  스스로 부를 축적하기 어려워지자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상속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고령화가 먼저 진행된 일본의 경우 지난해 법정싸움으로 이어진 유산분할 분쟁 가운데 상속가액이 1000만엔(9430만원)미만인 경우는 31%였고 1000만엔에서 5000만엔(4억7150만원) 미만이 45%에 달했다. 5000만엔 미만의 비율이 76%로 10명 중 7명은 5000만엔 미만의 재산 때문에 다툼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일본 카와이 야스오 세무사는"유산 분할을 둘러싼 분쟁은 재산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법정으로 이어지는 싸움은 주택이나 토지 등 나눌 수 없는 형태의 재산과 약간의 현금이 있을 때"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자산이 많지도 않다'라고 얘기하는 수준이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큰 만큼 사전에 조치를 해두는 편이 좋다는 조언이다.
 
우리나라도 미리 상속 준비를 마쳐야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자산을 분배하기 쉽게 현금화해두거나 수익자를 지정할 수 있는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한화생명 FC매니저는"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노력한 재산이 오히려 가족을 망가뜨리면 불행이 된다"며 "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건강할 때 미리미리 제대로 된 전문가와 상속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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