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더블딥' 불안감이 금리 굳혔다

각종 지표회복.."하강국면 멈췄다"
한은총재 "아직 불확실한 점 많다"
"본격적인 회복 아니다..하반기에 다시 주춤할 것"

입력 : 2009-06-11 오후 1:32:53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조치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며 일각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아직 확실한 경기회복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은 만큼 좀더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이번 금통위에서 한은은 최근의 경기회복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완화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최근 발표된 각종 지표들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전년 동월대비 마이너스 25.5%를 기록했던 광공업 생산 증가율 지난 4월 마이너스 8.2%를 나타내며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부진에 빠져있지만 감소폭이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서비스업 부문도 지난 4월 플러스 반전에 성공했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는 모든 지표가 증가하며 전달 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5를 기록하며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인 100을 넘어섰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소비자가 그렇지 않다고 보는 쪽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제조업 부문의 업황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74를 기록하며 한달 만에 7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이같은 각종 지표를 바탕으로 국내 경기의 하강국면이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재정지출 확대와 유동성 공급의 영향으로 내수와 생산이 되살아날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한은은 "최근 국내경기가 그동안의 하강세를 멈췄다"며 "앞으로 개선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은 역시 이같은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앞으로 경제 개선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하방리스크가 혼재돼있기 때문에 경기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비용부담이 높아지고 주요 선진국의 경기부진이 이어질 경우 경기회복세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이후 경제가 계속 호전될 것이라고 자신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올해 상반기중 경제활동을 이만큼 유지한 것도 과감한 정책의 결과가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경기가 내려가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바닥인지 여부는 말할 수 없다"며 "급속한 하락세는 끝났지만 아직 불확실한 점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각에서는 더블딥(경제가 회복추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의 회복 모멘텀이 확실한 흐름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조만간 다시 경기하강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은 "여러가지 여건을 따져볼 때 아직까지 경기회복에 대해 100% 확신을 가질 만한 상황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소장은 "지난해 말부터 재고를 비정상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이를 보충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회복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경기는 올해 중반 좋아지는 듯하다가 하반기에 다시 주춤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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