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치적 리더십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오는 19일 예정된 그리스 구제금융 의회 승인을 앞두고 반대표를 막아내야 하는 당면 과제를 무사히 완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신이 속한 기독민주당(CDU)과 CDU의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CSU)에서 반대표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적 타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반대표 규모가 100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제금융 협상 개시 전후 50명선 내외였던 것을 감안하면 단시간에 반대 세력들이 빠르게 급증한 상태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메르켈 총리는 자파의 반란 세력들과 싸워야한다"며 "잠재적인 반군들을 제압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반대파 의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집중하라고 측근들에게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도 의회 승인 당일 브라질과 이탈리아 방문을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미루고 의회 표결을 지켜보기로 스케줄을 조정했다. 이번 의회 표결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반대표 세력 증가에 대해 언론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 지원 주체로 나설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그리스에 대해 시종일관 강경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이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리스 문제를 두고 견해 차를 보이면서 메르켈 총리와 쇼이블레 재무장관의 불화설까지 나돌고 있다.
때문에 자파에서 반대표가 많이 나올 경우,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리서더십에 흠집이 불가피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바로 메르켈 총리가 반대표 진압에 올인해야 하는 이유다.
의회 표결을 사흘 앞두고 메르켈 총리는 IMF의 구제금융 참여를 호언장담하면서 반대표 막아내기에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독일 공영방송 ZDF와의 인터뷰에서 "IMF가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에 대해 확신한다"며 "IMF의 요구대로 채무 경감 조치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채무경감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던 것에서 대폭 선회한 입장 변화다. 이는 반대표를 저지하기 위해 IMF의 구제금융 참여를 명분으로 내세우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IMF 참여를 전제로 반란표를 단속하겠다는 조치인 셈이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새로운 구제금융의 개혁안을 성공적으로 이행할 경우 구체적인 채무경감 방안에 대해 논의 할 것"이라며 "IMF의 그리스 구제금융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어떠한 방안이라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 공영방송 ZDF와의 인터뷰에서 IMF의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참여를 확신한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