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 아파트' 외면받던 판상형 인기 부활

입력 : 2015-08-18 오전 11:26:41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한때 화려한 외관과 차별화된 평면으로 인기를 끌던 탑상형 아파트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반면, '성냥갑 아파트'로 불리며 답답함의 대명사로 불리던 판상형 아파트가 특화설계를 등에 업고 다시 뜨고 있다.
 
2000년 이후 아파트의 디자인이 중시되면서 화려한 외관의 탑상형 아파트들이 인기를 끌었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목동 하이페리온, 신천동 롯데캐슬골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탑상형 아파트들은 하늘을 찌를 듯한 초고층 설계와 세련된 외관을 자랑하며 주택시장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한 개 층에 3, 4채의 가구를 둥글게 배치하는 방식 탓에 남향 세대가 부족하고,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등의 단점이 있다. 또한, 밀폐형 유리외벽으로 설계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 관리비가 많이 드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렇게 탑상형 아파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판상형 아파트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4베이 평면을 도입하기에 판상형 구조가 더 적합한데다 탑상형보다 판상형의 분양성적이 더 좋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한 개 동에 더 많은 가구를 지을 수 있는 탑상형 아파트가 수익성이 높지만, 판상형이 분양 흥행에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판상형 아파트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청약경쟁률에서도 수요자들이 탑상형 아파트보다 판상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같은 단지 안 같은 면적의 아파트라도 판상형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우건설(047040)이 지난 6월 기흥구 구갈동 234-2 일대 기흥역세권 3-2블록에서 분양한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는 판상형인 84㎡A1형이 탑상형 84㎡B1형보다 청약경쟁률이 높았다. 84㎡A1형은 1순위에서 56.11대 1을 기록한 반면 84㎡B1은 2순위에서 2.31대 1로 마감된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수요자들이 채광과 맞통풍을 중요시해 탑상형보다는 판상형을 선호하는 추세다"며 "지난해부터 판상형과 탑상형이 혼합된 아파트가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판상형으로 설계한 아파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판상형 아파트가 수요자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건설사들도 분양단지 설계에 적극 적용하는 모습이다.
 
오는 28일 견본주택 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분양에 나설 예정인 국내 뉴스테이 1호로 관심을 받고 있는 'e편한세상 도화'는 약 97%를 판상형으로 배치했으며 평면도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남향 위주의 4베이 구조를 적용했다.
 
대림산업(000210)은 국내 뉴스테이 1호 'e편한세상 도화'의 약 97%를 판상형으로 설계했다. (사진/대림산업)
 
 
또 동일은 경기도 고양시 원흥공공택지지구 A7블록에 짓는 '고양 원흥 동일스위트'에 4Bay 판상형 구조의 평면 설계로 우수한 공간 활용도와 넓은 서비스 면적을 제공하고 있다. 남향 위주의 배치를 통해 일조량도 극대화했다.
 
이밖에도 SK건설은 8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612번지 국제아파트를 재건축해 선보이는 '대치 SK VIEW' 전가구를 판상형으로 설계했으며, 한화건설은 부산시 동래구 낙민동 133-3 일대에서 '동래 꿈에그린'을 분양할 예정으로 이 단지 역시 전 가구 남향위주 배치, 4Bay, 판상형 등 최신 트랜드를 반영한 신평면 설계를 적용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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