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이 공개됐다.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은 금리 인상 시기가 근접했다면서도 아직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이라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7월 의사록에서 연준이 다소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한 9월 금리 인상과 관련된 구체적인 힌트도 제시되지 않아 첫 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사록 "금리 인상 근접했지만 인플레 여전히 부진"
19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지난 7월 28~29일 FOMC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은 "미국의 경제 여건이 금리 인상이 가능한 조건에 더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의사록은 "지난 몇 달간 경제 활동은 완만한 확장세를 보여왔고 특히 주택 시장은 추가적인 향상을 보였으며 고용 시장 역시 개선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의사록은 몇몇 연준 위원들이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느린 점에 대해 우려감을 내비쳤다고 지적했다.
의사록은 "에너지 가격 하락 등으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며 "몇몇 위원들은 아직 경제 지표가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향해 다가고 있다는 합리적인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다수의 위원들은 금리인상을 결정하기에 앞서 향후 전망에 대한 추가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매파적 성향의 참석자들은 금리 인상이 미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감을 내비쳤다고 의사록은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날 발표된 미국의 7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보다 0.1% 상승하는데 그친 것으로 확인되면서 낮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을 더했다. 이 수치는 전달 상승률 0.3%와 전문가 예상치 0.2% 상승을 모두 밑도는 것이다.
변동성이 큰 음식료와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 역시 0.1%에 그치면서 6월 수치였던 0.2%보다 상승폭이 낮았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 내에서도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분석했고 USA투데이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고 싶어 하지만 낮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이 의사록에 그대로 들어난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의사록은 미 동부시각 기준 오후 2시에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블룸버그통신이 엠바고를 파기하면서 더 일찍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블룸버그 측은 이를 공식 인정하고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첫 금리 인상 시기 관련 전문가들 전망 엇갈려
이번 의사록을 통해 미국의 첫 금리 인상 시기를 예측하려고 했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의사록이 예상보다 비둘기적이었다고 판단했다.
CME그룹의 페드워치 프로그램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45%로, 12월 인상 가능성을 73%로 내다봤다. 9월보다 12월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의사록이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것이 반영됐다면 연준이 더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내달 금리인상을 선호한다는 확실한 신호가 없다"며 12월 인상 전망을 유지했고, BNP파리바도 역시 12월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아예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더욱 보수적인 전망을 내비친 전문가들도 있다.
린지 피에그자 스티펠니콜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FOMC의사록에서 연준은 모호하고 헷갈리는 용어를 사용하며 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을 정당화 하기에 어렵다고 지적했다"며 "회의 이후로 상품 시장이 계속 약세를 보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첫 금리 인상은 2016년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9월을 가장 유력한 금리 인상 시기로 보는 전문가들도 여전히 많아 시기를 추측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마이클 지라드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여전히 9월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다만 이것을 연기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쉐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고용 시장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는 만큼 연준은 금리를 이대로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9월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9월 FOMC 회의는 16~17일 열릴 예정이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