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동원 연세바른병원 척추신경외과 원장
하루 종일 쏟아지는 메일, 문자와 재미있는 뉴스, 게임 등 한시라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심지어는 걸어 다니면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독일에서는 최근 '스마트폰 좀비'의 줄임말인 ‘스몸비(Smombie?Smart Phone Zombie)’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스몸비는 독일의 유명 사전 출판사 랑엔샤이트(Die Langen scheidt Verlangsgruppe)가 매년 주최하는 ‘올해의 청년 신조어’ 투표 결과에서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과 중독이 화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이번엔 '스마트폰 좀비'라는 말까지 생겨난 걸 보니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9년에서 2013년 사이 목디스크 환자는 29.7% 늘어났다. 같은 기간 허리디스크 환자 증가율인 18.4%를 기록한 것에 비교하면 크게 웃도는 수치이다. 심평원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의 보급 속도가 빨라지며 중독과 잘못된 자세로 인해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7개의 경추(목뼈)로 이루어진 우리 목은 목뼈에 가해지는 압력과 충격을 골고루 분배하기 위해 옆에서 보았을 때 C자를 그리고 있다. 특히 7개 중에서 5,6,7번 뼈는 움직임이 가장 많고 머리의 무게를 효율적으로 분산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이용할 때 목을 길게 빼며 숙이고 집중하는 자세는 목의 커브가 없어지면서 C가가 아닌 1자 형태를 이루고 정상적인 움직임의 균형이 깨져 5,6,7번 목뼈에 부담을 준다.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보면서 고개를 숙이고 다니면 목은 쉴 틈이 없다.
이렇게 목에 부담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자연스럽게 목디스크로 이어진다. 목디스크는 의학용어로 '경추수핵탈출증'이다. 말 그대로 목뼈(경추) 사이에 있는 디스크(추간판) 사이로 내부 수핵이 빠져 나와 신경근이나 척수를 눌러 목이나 팔로 가는 신경을 압박해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처음에는 뒷목이 뻣뻣하고, 약간의 통증만 있다. 하지만 점점 목은 물론 어깨, 등, 팔과 손까지 저리고 통증이 생긴다. 팔이나 손에 힘이 빠지기도 하며,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방치할 경우 마비 증상까지 올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만약 목디스크가 의심된다면 초기에 진료 받는 것이 현명하다. 초기 또는 증상이 경미한 경우 자세 교정과 약물이나 운동, 물리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치료법을 적용해도 통증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비수술 치료법 중 하나인 '고주파 수핵 감압술'을 고려해 볼만 하다. ‘고주파 수핵 감압술’은 1mm의 가는 주사바늘을 문제가 생긴 디스크 안으로 넣고, 고주파 열 에너지를 이용해 디스크 주변의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또한 디스크 벽을 이루는 콜라겐 섬유의 재배열을 유도해 디스크를 튼튼하게 만들기도 한다.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과 관리다. 치료 후에도 꾸준히 관리해야 목 건강을 지킬 수 있고, 질환으로까지 발전하지 않으려면 평소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다른 부위에 비해 크기가 작고 근육과 인대가 약한 목은 약한 힘을 가하는 것만으로도 디스크가 터지거나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세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땐 약간 불편하더라도 눈높이로 들고 사용하는 것이 목 건강에 바람직하다.
필자는 목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며칠만이라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라고 말한다. 스마트 기기 때문에 우리가 더 편해졌을지는 몰라도 목은 더 고달파졌다. 환자분들에게는 이동 중일 때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기를 권한다. 목도 휴식이 필요하다.
◇ 하동원 연세바른병원 척추신경외과 원장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아주대학교 아주대학병원 전공의
- 진주바른병원 척추외과 과장 역임
- 서울녹색병원 신경외과 과장 역임
- 대한신경외과학회 정회원
- 대한중환자의학회 정회원
- 대한신경손상학회 정회원
-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