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가요기획사가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각 분야의 스타들을 영입해 가요 시장을 넘어 예능, 드라마뿐만 아니라 스포츠 시장까지 정조준하고 있다. 가요기획사들이 이처럼 전방위적인 사세 확장에 나선 이유가 뭘까.
◇야구 선수 추신수. (사진=뉴스1)
◇SM·IB, 업계 1위끼리의 결합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5일 국내 최대 스포츠 마케팅사인 IB월드와이드와 상호 투자를 통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IB월드와이드는 '갤럭시아 SM'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갤럭시아 SM은 박인비, 손연재, 추신수 등 각 분야의 스포츠 스타들이 소속된 곳이다. 선수 매니지먼트와 컨설팅을 비롯해 스포츠마케팅 사업, KBO, EURO2016, IAAF 등 국내외 스포츠 판권 사업, 미디어 콘텐츠 유통 및 IPTV 방송사업을 벌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갤럭시아 SM의 전략적 제휴는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분야 1위 기업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두 회사의 결합이 가져올 시너지 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심우택 갤럭시아 SM 대표는 "양사 소속 스타들의 가치와 마케팅 노하우가 합쳐지면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킬러 콘텐츠를 활용해 이벤트, 머천다이징, 디지털마케팅, 헬스케어 사업 등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스포테인먼트 한류를 글로벌 시장에 확산시켜 국익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마케팅 및 비즈니스 모델로 중국 등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했다.
◇FNC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은 방송인 유재석. (사진=뉴스1)
◇유재석 영입한 FNC…스타쉽·미스틱 등도 사세 확장
FT아일랜드, 씨엔블루, AOA 등이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국민 MC' 유재석을 영입했다. 연예계를 뜨겁게 달군 소식이었다. 유재석은 최근 5년간 소속사 없이 홀로 활동을 펼쳐왔다. FNC엔터테인먼트의 사세 확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 노홍철, 김용만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현재 FNC엔터테인먼트에는 유재석, 노홍철 김용만을 비롯해 정형돈, 송은이, 이국주 등의 방송인들이 소속돼 있다.
지난 2013년에는 국내 1위 음원 유통사인 멜론의 소유주인 로엔이 케이윌, 씨스타 등이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인수했다. 이후 지난 5월에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이동욱, 김범, 이광수 등이 소속된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 킹콩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았다. 이에 따라 로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킹콩엔터테인먼트는 연예계 전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협력 체제를 갖추게 됐다.
또 윤종신, 김연우, 박지윤 등이 소속된 미스틱89는 배우 한채아, 신소율, 박시연 등이 몸담고 있는 가족액터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음악 레이블인 '미스틱89'와 '에이팝', 연기 레이블인 '가족액터스' 등 3개의 레이블을 아우르는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로 거듭났다. 이후 서장훈, 김영철 등의 방송인들까지 영입한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에는 아프리카TV와의 공동 출자를 통해 새로운 개념의 콘텐츠 사업을 펼칠 조인트 벤처 '프릭'(Freec)을 설립하기도 했다.
◇걸그룹 씨스타가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 킹콩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았다. (사진=뉴스1)
◇사업 불안정성 극복 전략…"대형 기획사만 살아남을 것" 우려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소속 연예인의 스캔들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다가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특히 한류 아이돌들을 보유한 가요기획사들은 해외 매출의 비중이 큰 탓에 환율과 현지 상황 등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가요기획사들이 몸집을 불리고, 수익을 다각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가요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화장품, 골프, 패션, 외식 사업 등에 진출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가요기획사들은 최근 진행된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HDC신라면세점과 손을 잡고 면세점 시장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으며, 비스트, 포미닛 등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는 한류스타 김우빈을 보유한 IHQ와 함께 SM면세점을 통해 면세점 시장에 진입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가요기획사들의 사세 확장은 사업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앞으로도 전방위적인 사업 확장이 예상된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몸집을 불린 공룡 기획사들의 업계 전반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커지면서 중소 기획사들은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됐다. 결국은 몇몇의 대형 기획사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