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고령자들에게는 암보다 두려운 질환으로 여겨진다. 치매에 걸리면 뇌세포 파괴로 지적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될 뿐만 아니라 부양가족의 일상생활까지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치매도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초기진료가 중요하다. 김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치매 치료와 예방에 대해 들어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매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3년 약 40만5000여명으로 2009년(21만7000여명) 대비 87% 증가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환자도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증가율 17%를 감안하면 치매환자는 2025년에는 100만여명, 2043년에는 200만여명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치매는 주로 노년기에 많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이 90%의 비중을 차지했다. 70대가 40%대, 80대 이상이 50% 순이었다.
치매는 정상적인 생활을 해오던 사람이 이전에 비해 인지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상태를 말한다. 기억장애, 언어장애, 판단력장애 등 지적능력의 현저한 저하가 대표적인 증상이다. 또한 환각, 피해망상, 불면, 우울, 불안, 분노 등 다양한 정신과적 증상을 나타낸다.
치매는 노화로만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원인은 다양하다. 원인 질환은 크게 '알쯔하이머병', '혈관성 치매'로 지목된다. 전체에서 알쯔하이머병이 절반을 차지하고, 혈관성 치매가 10~15% 비중을 보인다.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는 가역성치매,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치매, 뇌 손상에 의한 치매 등도 발병 원인이다.
알쯔하이머병은 서서히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노화와 관련이 깊다. 나이가 들면서 유병률도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노년기에 흔한 건망증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도 건망증을 단순 나이탓으로 여기고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김태 교수는 "기억력 감퇴나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증상 등이 나타날 경우 나이 때문이라고만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치매 초기증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혈관성 치매는 서양인보다 동양인에서 많이 나타난다.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에 의해 발생한다. 혈관성 치매는 갑자기 시작되고 악화 속도도 빠르다는 점에서 알쯔하이머병과는 차이를 보인다. 또한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알쯔하이머병과는 달리 뇌졸중을 예방하면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치매가 의심돼 병원을 찾으면 다양한 과정으로 치매를 진단한다. 먼저 환자의 병력 조사를 통해 치매 증상이 나타난 시점을 조사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체중의 급격한 변화, 과거 신체 질환이나 뇌 손상 여부, 알코올이나 다른 약물에 대한 중독 여부 등도 점검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체, 정신상태 검사를 마치면 신경인지기능 검사와 CT, MRI, PET 등 뇌 영상 검사를 진행한다. 뇌 손상이나 신경계 이상까지 검사가 끝나면 의료진이 결과를 종합해 진단을 내린다.
치매로 진단되면 원인질환에 따라 다양한 치료를 받게 된다. 인지기능, 행동문제, 일상생활 수행능력 개선이 치료의 초점이 되며 비약물적 치료와 약물적 치료로 나뉜다. 비약물적인 치료는 인지기능 저하를 회복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환경치료, 정신치료, 행동치료, 회상치료를 통한 인지치료 및 다양한 재활훈련 치료 등이다.
비약물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으면 약물 치료를 고려한다. 치매의 진행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약은 개발되지 않았다. 다만 약물 치료는 치매의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다. 도네페질이나 메만틴 등 인지기능 개선제가 대표적이다. 치매 초기에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물리치료, 전문요양 등 다양한 분야의 병용 치료도 검토된다.
치매 예방하기 위해선 평소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술, 담배를 끊고 머리에 외부적인 충격을 피해야 한다. 살이 찌지 않게 정상체중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도록 한다. 추운 날씨에 외출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추운 온도에서는 뇌경색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면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신문이나 잡지를 매일 읽으면서 두뇌 활동을 지속시키는 것이 좋다. 일주일에 3번 이상 걷거나 가벼운 운동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가족 및 친구들과 자주 소통하거나 사회 활동을 많이 하도록 한다. 매년 치매 조기검진 등도 정기적으로 받도록 한다.
김태 교수는 "치료시기를 늦추게 되면 초기에 증상을 호전시킬 기회를 놓쳐 환자의 기능 소실과 심각한 장애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기억력 저하나 인지장애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 치매선별검사를 통해 치매 가능성을 체크하고,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2025년에는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기억력 감퇴, 언어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나이탓이라고 여기지 말고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