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타이어 업계가 잇따른 노사 충돌로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와 신차 출시, 계절적 교체 수요 등의 호재를 맞았지만 이같은 상황이 시장 회복 분위기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22차 교섭을 끝으로 맞서고 있다. 노조는 1일까지 열리는 임시대의원회의에서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할 계획이다. 만일 중앙노동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린다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
노조는 임단협에서 기본급 대비 7.84% 임금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등을 요구했다. 지난 27일 열린 22차 교섭에서 노조는 사측에 '일괄 제시안'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를 거부했고, 노조는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가 합법파업 수순을 밟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노사간의 대화채널은 계속 열어놓고 있다. 교섭을 하면서 의견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가 진정성 있는 자세로 교섭을 한다면 내부 검토를 통해 교섭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타이어 업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17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사측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성과급을 연계해 임단협을 타결하자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임금피크제 철회와 성과급 일시 지급을 요구하며 대치 중이다.
파업이 진행되면서 금호타이어는 30일까지 660억원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다. 노조원들도 평균 200만원의 임금손실을 입고 있다. 1일 예정된 전남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위원 첫 회의가 향후 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타이어도 노사가 맞섰다. 당초 노사는 지난 26일 실질임금 8.84% 인상, 생산기능직의 기본급 3.94% 인상, 정기상여금 600% 통상임금화에 잠정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셌고, 노조 집행부가 전원 사퇴를 선언하며 사태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창립 이후 첫 전면파업 가능성이 제기됐다.
교착상태를 보이던 사태는 사측이 이날 노조의 잠정합의안 무효화 요구를 받아들이며 기존 노조 집행부가 복귀해 협상 테이블이 다시 마련됐다.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원점에서 새로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노조와 사측이 적극적인 대화를 이어가 빠른 시간 내에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오랜만에 찾아온 자동차 관련 소비 심리 회복 분위기에 찬물을 붓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공세와 계속된 엔저 현상으로 국내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데 노사 충돌까지 이어져 걱정된다"며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여론이 악화돼 하반기 개소세 인하와 신차 출시 등으로 오랜만에 살아나고 있는 업계 분위기가 식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이어 업체들은 파업이 장기화되면 완성차용 타이어 물량 공급과 거래처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만일 파업이 시작되면 협력업체들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어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3년만에 전면파업에 돌입한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8시간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한 직원이 지게차를 몰고 있다. 사진/ 뉴시스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