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생인 A씨는 20년간 국민연금을 납입했다. 만 61세인 그는 올해부터 노령연금을 받을 자격을 갖췄다. 이미 수 년 전 퇴직 후 벌였던 사업도 접은 상태에서 별 다른 벌이가 없었던 A씨는 이미 5년 전이었던 56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당겨 받았어야 했나 하고 뒤늦게 생각했다. 국민연금은 의무가입이라는 이유로 A씨처럼 무관심 한 채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의 기초가 되는 급여로, 가입자가 나이가 들어 소득활동을 하지 못할 때 생활 안정을 위해서 지급한다. 노령연금을 받는 연령은 출생연도에 따라 점차 늦춰진다. 1969년 이후 출생인 올해 47세 이하 국민은 모두 만 65세가 돼야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65세가 너무 늦다고 생각되면 조기노령연금 제도를 활용해보자.
조기노령연금 신청은 국민연금에 가입한 기간이 최소 10년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노령연금을 받기 5년 전부터 신청할 수 있는데, 올해 신규로 노령연금을 받는 A씨의 경우 56세부터 연금신청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반대로 연금을 늦게 받기 시작하는 연기연금도 있다. 가입자에게는 과연 어떤 편이 유리할까?
서동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원은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각자의 가치관과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납입원금 회수기간, 수령총액, 상대비교를 통해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 61세부터 수령, 조기에 받느냐 미뤄서 받느냐
수령시기별로 어떻게 연금을 지급받게 되는지부터 살펴보자.
우선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면 자연스레 받는 돈은 적어진다. 감액 비율은 연 6%. 1년 일찍 연금을 신청하면 기존 연금액의 94%를 받고, 최대로 당겨 받을 수 있는 한도인 5년을 신청하면 30%를 감액한다.
거꾸로 늦게 받고 싶으면 연기연금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이 역시 최대 5년까지 돈을 받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즉, A씨는 올해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연기연금 제도를 활용해 66세까지 연금수급을 미룰 수 있는 것이다. 늦게 받는 만큼 조건은 필요 없고 혜택이 주어진다. 1년 늦출 때마다 기존 연금액에 7.2%를 더해서 연금을 지급하는 것. A씨가 연금수급을 내년으로 미루면 원래 연금액의 107.2%를 받고, 5년을 늦추면 136%씩을 받는다.
만일 만 61세에 받는 노령연금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56세부터 받을 때는 70만원, 66세에 받을 때는 136만원을 받는 셈이다.
납입원금 회수, 수령 총액 등 비교…개인 상황따라 선택
첫번째로 살펴볼 것은 납입원금 회수기간이다.
A씨가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이었다고 가정하자. 국민연금 보험료는 소득의 9%로 A씨의 경우 20년간 납입한 보험료는 2160만원이다. 이 경우 은퇴 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월 연금액은 32만1790원이다.
5년 일찍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한 경우라면 정상 연금액 32만1790원에서 30%가 감액된 22만5253원을 매월 평생 받는다. 이렇게 되면 8년째 되는 63세에 지난 20년간 납입한 보험료를 모두 회수할 수 있다.
반면, 정상적으로 연금을 받는다면 예상 연금액 32만1790원씩 받아 6년째인 66세에 납입 보험료를 모두 회수한다.
5년 뒤부터 연금을 받는다면 정상 연금액에서 36%가 증액된 43만7634원씩을 향후 5년동안 받은 뒤 70세에 보험료를 모두 회수하는 셈이다.
수령총액으로 비교하면 어떨까. NH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평균 수명인 82세와 100세를 기준으로 볼 때 연금수령을 늦게할 수록 가장 많은 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사례를 기준으로 조기수령을 A, 정상수령을 B, 연기수령을 C라고 할 때 C의 경우 82세에 총 8900만원을 받지만, A의 경우 7200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서동필 연구원은 "종신토록 보장하는 국민연금의 특성을 고려하면 결국 오래 살면 살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상대비교를 해보자. 연금수령 시작이 56세인 경우(A) 71세가 될 때까지는 정상수령과 연기수령보다 연금 누적액이 많다. 하지만 72세가 되면 61세부터 연금을 받기 시작한 경우(B)가 누적액을 앞지르며, 3년이 더 지난 79세가 되면 연기연금을 신청했을 경우(C)의 누적액이 가장 많아진다. 이 때부터 C는 A, B와 연금누적액에서 격차를 크게 벌리기 시작한다.
서동필 연구원은 "인생이 점차 길어지고 있는 100세시대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연기연금 형태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조건이고, 50%에 육박하는 국내 노인들의 빈곤율을 고려하면 조기 노령연금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