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042660) 노사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회사 부실과 임금협상 문제로 갈등이 심화되다가 지난달 31일 회사 측의 대규모 조직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모양새다. 특히 오는 9일에는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국내 9개 조선 노조의 공동 파업도 예정돼 있어 당분간 노사 갈등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생산 효율성 높여 실적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기존 2총괄, 13부문, 56팀, 285그룹이었던 조직을 1소장(조선소장), 8본부, 39담당, 205부로 30% 축소된 대규모 조직개편안을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사무직 부장급과 전문·수석전문위원 등 1300여명의 고직급자 중 약 30%가량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또 전체 보임자의 40% 가량이 보임에서 물러나거나 신규 선임돼, 조직도 한층 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직 개편안은 대우조선해양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대우조선해양은 1990년대 후반 외환 위기에도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안정적이었지만, 지난 2분기 3조원이 넘는 최대 규모 손실을 내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정성립 사장은 임직원들의 신뢰도 저하 등을 이유로 인적 구조조정 반대를 주장했지만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은행들의 압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3조원이 넘는 부실을 기록한 현대중공업도 임원 30%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대우조선해양에도 비슷한 수준의 구조조정 압박이 가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측의 대규모 조직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그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던 노사관계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지난해 조선3사 중 유일하게 하계휴가 이전에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을 완료해 24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달성한 바 있다.
올 초만 해도 현시한 노동조합 위원장이 전임 고재호 사장에게 축하난을 보낼 정도로 노사관계는 각별했다. 지난해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조선3사 중 유일하게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등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한 최고 경영진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하지만 정성립 사장 취임 이후 부실이 드러나고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특히 정 사장이 “인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던 기존 주장을 뒤엎고 대규모 개편안을 발표했다는 점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 사장이 대우조선 대표이사 후보일 당시 노조는 그를 외부인사로 규정하고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다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 사장으로부터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 등) 노조가 걱정하는 일은 없다’는 구두약속을 받고 나서 노조는 한 발 물러섰다.
노조 관계자는 “조직개편은 회사의 고유 권한이지만 이를 근거로 인적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은 당초 약속과 다르다”며 “벌써부터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해 제대로 된 신상필벌이 이뤄지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여전히 줄대기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3월9일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 로비에서 대우조선해양 노조 조합원들이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