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논란에 해고까지…불안에 떠는 홈플러스 직원들

사모펀드 인수 가능성에 동요 심해져…고용승계 '안갯속'

입력 : 2015-09-01 오후 3:34:37
홈플러스 매각이 임박하면서 직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전날 비정규직 직원을 갑자기 해고하는 등의 조치도 이뤄져 더욱 동요하는 모습이다.
 
인수 후보가 전부 사모펀드인데다 매각 과정이 직원들에게 전혀 공개되지 않은 것도 불안 요소다. 지난 2007년 '홈에버 사태'가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급속도로 퍼져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매각 협상이 진행됨에 따라 직원들의 동요도 커져가고 있다. 노동조합이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손 쓸수 있는 방법이 없어 불안감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으며 직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본사의 경우 최근 다른회사에 지원해 이탈하는 인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홈플러스가 전략적 투자자(SI)가 아닌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에게 매각되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희망과는 달리 홈플러스 본입찰에는 MBK파트너스, 어피니티-KKR 컨소시엄 등 두 곳이 최종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둘 다 사모펀드다.
 
여기에 최근 부산지역의 아시아드점에서 여성 비정규직 계산원 4명에 대한 해고 소식이 전해지며 사모펀드 반대 기류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해고 인원수는 적지만 일방적 해고는 전례가 없는 초유의 사태라는 설명이다.
 
홈플러스 노조 부산지부 관계자는 "일손이 부족해 다른 부서에서 지원이 나오는 상황에서 회사 측은 인력이 넘친다며 재계약을 거부했다"며 "계산원의 경우 자기가 원하면 계속 근무를 하는 무기계약직으로 일해왔는데 이번처럼 일방적으로 사실상의 해고 통보를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각으로 직원들 모두 뒤숭숭한 분위기인데 해고 사건까지 터지며 고용승계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상황"며 "'벌써부터 이런데 사모펀드가 회사를 맡으면 어떻게 될까'는 걱정들이 커져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회사 내 또다른 노조인 테스코 노조 또한 사태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해당 노조는 지난 2007년 홈에버 사태를 겪은 직원들이 주축이다.
 
테스코 노조 관계자는 "홈에버 때는 영업을 지속한다는 전제를 깔고 근무조건을 더 개선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지역별로, 점포별로 쪼개지는 부분매각설까지 흘러나오는 등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가 최근 인수후보들에게 1조3000억원대의 대규모 사전 현금 배당 계획을 통보하는 등 '먹튀' 의혹까지 받게 되면서 분위기는 흉흉하다. 홈플러스의 현금성 자산은 약 264억원에 불과해 대규모 현금 배당이 이뤄진다면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현재 이익잉여금이 현금으로 축적돼 있지 않은 조건에서는 점포매각이나 대출로 현금을 마련해 배당을 할 수밖에 없다"며 "테스코가 배당을 하는 대신 인수업체에 매각가격을 인하해 주겠다고 제안했는데, 이는 양도차익과세를 피하기 위한 사실상의 탈세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현재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으며 특별히 드릴 말씀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홈플러스가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고용승계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앞에서 국민연금이 MBK와의 홈플러스 인수 투자약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모습. (사진제공=홈플러스 노동조합)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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