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복지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장애인에 대한 지원 소식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데 특히 장애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취업’과 관련한 지원이 많다. 서울과 경기도는 몇 년째 해당 지역의 여러 곳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취업박람회를 개최해 장애인 구직자들의 취업을 돕고 있으며, 몇몇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시 장애인들을 우선적으로 고용하겠다고 공고하기도 했다.
정부 역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시행하여 장애인의 취업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란 국가.지방 자치단체나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인 공공.민간 기업의 사업주가 법으로 정한 고용률만큼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정부는 기업이나 기관에서 해당 고용률을 지키지 않으면 부담금을 부과하고, 고융률을 초과해서 장애인을 고용하면 장려금(국가·지자체 제외)을 지급한다. 이 제도를 통해 2019년까지 민간 기업에서의 장애인 고용률 3.1%, 국가 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3.4%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실제로 해마다 장애인 고용률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애인들에게 취업의 벽은 높기만 하다. 현재 장애인 의무고용률 이라고 해봤자 3%대가 채 안되고, 이마저도 지키지 않는 기업들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분명 부담금이 적은 금액이 아님에도 장애인을 고용하느니 부담금을 내고 말겠다는 심보이다. 작년 머니투데이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재계순위 30대 그룹 중 장애인 의무고용률(2013년 기준 2.5%)을 준수한 그룹은 고작 9개 기업뿐이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이제는 장애인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찾으려는 노력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물론 온전히 그들 스스로 하기엔 어려운 일이기에 주변에서 작은 도움의 손길들이 닿는다. 여기,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장애인들의 취업,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들의 취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곳이 있다.
(주)세상을움직이는힘 ‘세움카페’는 착한재료, 착한소비를 지향하는 장애가족 자립자활공동체로 ‘장애인청년 학부모모임’이 카페의 운영주체이다. 학부모님들이 교육과 견학, 자문, 기금모금, 출차 활동으로 노력한 결과 세움카페는 2011년 3월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에서 첫 문을 열게 되었다. 카페는 본점과 지점으로 나누어져 있다. 본점에서는 장애청년 어머니들이 유기농 재료, 우리밀, 우리쌀로 빵과 쿠키 등의 먹거리를 손수 만드시고 지점에서는 지적장애청년들이 바리스타가 되어 커피와 유기농차를 판매한다. 그들의 목소리가 들어보고 싶어 직접 본점을 찾아갔다.
사진/바람아시아
내가 방문했을 당시 어머님들과 장애청년들은 예쁜 분홍색 앞치마를 입고 열심히 빵을 만들고 계셨다. 의정부에 있는 ‘아름드리’카페에서 단체주문을 한 것이다. 놀라운 건 아름드리 카페 역시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카페라는 사실이다. 현재 세움카페는 사정상 원래 있던 곳에서 나와 도봉구청으로 이전 준비를 하느라 카페 운영은 하지 못하고 배달주문만 받고 있다. 아름드리 카페에서 이 사정을 알기라도 한 것일까? 같은 업종의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돕고 살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빵이 다 만들어지자 어머님들은 포장을 시작하셨다. 혹시나 일 하시는데 방해가 될까 싶어 구석에 가 앉아 있자 “어수선해서 미안해요”라며 어머님 한 분이 갓 만든 흑미식빵을 내게 건네 주셨다.
사진/바람아시아
와..쫀득쫀득해서 정말 맛있어요! 사실 아까 냄새만 맡고도 입안에 침이 한가득 고였었거든요. (웃음)
정말 맛있죠? 가장 인기 있는 메뉴예요(웃음).저희는 빵을 만들 때 친환경 재료만을 써요. 농협에서 재료를 직접 구매하고 설탕하고 버터는 인터넷에서 주문하는데 서울 우유 100% 제품만을 사서 써요. 착한 재료를 지향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맛있을 수밖에 없죠.
말씀하신대로 세움카페는 착한 재료, 또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카페잖아요. 착한 재료를 지향해서 친환경 재료를 쓰신다면 착한 소비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시나요?
아, 저희는 커피를 만들 때 공정무역 커피를 사용해요. 차는 유기농 차만 만들고요. 저희가 생각하는 착한 소비는 공정무역과 유기농 재료를 활용하여 생산자에게 제대로 값을 지불하는 것이에요. 이러한 착한 소비문화활동이 결국 장애인 일터가 지속되고 확대되는데 기여하는 나눔 활동이 되거든요.
그렇군요. 카페를 설립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장애인 아이들의 경우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사회에 나와서 갈 곳이 없어요. 대학교에 진학하는 일은 거의 드물고요. 일자리는 더더욱 없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해주고 싶어 찾던 중에 마침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에서 ‘장애우두레비전학교’를 진행하더라고요. 거기서 저희 아이들을 돌봐 주시던 선생님과 저희의 뜻이 맞아서 함께 이런 카페를 설립하게 되었어요.
장애 청년들의 업무 분담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선생님께서 아이들의 재능을 파악해서 각자 재능에 맞게끔 3년간 반복적인 훈련을 시키셨어요. 개인의 특성에 맞게 업무를 분담 한 거죠. 커피 내릴 때 계량을 너무 정확히 잘해서 바리스타가 된 아이, 손동작이 섬세해서 생과일주스를 만들 때 과일 깎기를 담당하고 있는 아이 등등.. 우리 딸의 경우에는 미소가 예쁘다고 해서 서빙을 맡고 있어요(웃음). 장애인이라서 일을 잘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희 아이들은 본인의 업무에 있어서는 정말 칼같이 정확해요. 심지어 퇴근시간도 딱딱 지킨다니까요? 다만 다른 카페에서는 하나의 손길만을 거쳐 나오는 커피가 저희 카페에서는 적어도 3명의 손을 거쳐 나오기 때문에, 웨이팅이 조금 길어질 수는 있어요. 그런 점들은 고객님들이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카페를 운영하는데 힘든 점도 분명 있으실 것 같아요.
힘든 점이야 많죠. 저희는 따로 운영비를 지원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카페이기 때문에 매출을 올려서 아이들의 인건비, 재료비 등을 충당해야 해요. 근데 아시다시피 현재도 카페가 없어서 빵만 만들어서 배달 판매하고 있거든요. 매출 올리기가 굉장히 힘들죠. 곧 이전할 도봉구청에서 다시 카페를 운영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그곳에서 저희가 쓸 수 있는 공간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매출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요. 나름 엄마들끼리 홍보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저희 카페를 모르시는 분들도 많고요.
하지만 도움을 주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처음 카페 설립 당시에도 카페 인테리어를 마을 주민들이 직접 도와주셨다고.. 세움카페가 도봉구 마을기업으로도 선정되었잖아요.
네, 마을 주민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죠. 지역 공공예술가분들이 버려진 가구들을 재활용해서 테이블 등을 만들어 주시기도 하고, 복지관에서 벽화 그리는 초등학생 동아리가 와서 카페에 그림을 그려주기도 했어요. 덕분에 카페가 아기자기해졌죠. 아, 기부를 해 주신 분들도 계세요. 저희가 나무 팻말에 기부해주신 분들 이름을 새겨서 카페 벽에 붙여 놓았었어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우리 아이들이 직접 하나하나 새겼죠. 또 앞서 말한 ‘두레비전학교’가 대학생 한명과 장애청년 한명이 짝이 되어 진행되는데 거기서 인연을 맺은 대학생들이 모임을 만들어서 우리 아이들을 후원해주고 있어요. 물질적인 지원도 지원이지만 카페에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도 먼저 달려와요. 의지가 많이 되죠. 다 감사한 분들이에요.
그렇다면, 카페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이들이 즐겁게 일을 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 아이들 스스로도 자신이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뿌듯하게 생각하고, 행복해해요. 사실 엄마들은 굉장히 힘들어요. 빵 만드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거든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카페를 운영하면 우리는 음료와 같이 먹을 쿠키 정도만 만들면서 아이들을 도와주자’라고 생각했는데 카페를 운영하다보니 빵 판매 수익이 전체 수익의 반을 넘게 차지하더라고요. 그렇지만 도봉구청으로 이전하게 되면 빵보다는 음료 판매에 더 치중할 생각이에요. 아이들의 카페니까요.
세움카페가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었잖아요. 저희 기자단 슬로건이 ‘지속가능’이에요. 이 슬로건이 세움카페가 추구하는 바와 어느 정도 맞물려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머님이 생각하시는 지속가능한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는 장애나 소외계층이 편견 없이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사회예요. 저희가 바라는 바기도 하고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의 한 부모로서 우리 아이들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고, 장애인과 카페가 안 어울리는 조화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으로 저희를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세움카페가 좀 더 따뜻한 카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바쁘신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찾아와주셔서 감사해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뒤에서 배웅해주시는 눈길이 참 따듯했다. 어머님은 9월에 다시 카페를 운영하게 되면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직업훈련을 받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노인 분들을 고용하실 계획이라고 말씀하셨다. 또 ‘두레비전학교’를 다니는 다른 장애 청년들도 고용하실 예정이라고. 당신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인들, 노인과 같은 다른 사회적 약자들까지도 안고 가려는 마음 또한 너무 따듯했다. 장애인 취업 문제를 사회적인 책임으로만 돌리지 말고, 우리가 직접 착한 소비자가 되어 그들의 자립을 돕는 것은 어떨까? 그들이 세상에 처음 내딛은 발걸음이 외롭지 않게 함께 발맞춰 걸어주는 것은 어떨까? 이곳, 세움카페가 당신의 따듯한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