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렌드)가상현실시장 도전 직면한 삼성…해법은 '소프트웨어'

구글·소니 등 다양한 공세…"과감한 전략 필요해"

입력 : 2015-09-02 오전 11:26:36
삼성전자가 가상현실(VR) 시장에서 직면한 거센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는 최근 '삼성전자 기어VR 출시 1년 동향을 통해 본 VR시장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미 VR시장에는 다양한 차별성을 내세운 다양한 경쟁자들이 출현했고 선도 진입주자로서의 삼성전자의 입지는 약화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발빠르고 과감한 소프트웨어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삼성 언팩' 행사에서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사장이 기어 VR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베를린에서 열린 IFA2014에서 기어VR을 발표하며 VR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기어VR은 갤럭시 노트4를 장착하고 머리에 쓰는 헤드셋으로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오큘러스와 삼성전자의 협력으로 제작됐다.
 
기어VR을 착용하고 가상현실 전용 콘텐츠를 재생하면 갤럭시노트4 QHD 슈퍼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의 선명한 화질을 3D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초대형 와이드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보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또 사용자가 직접 영상 속 공간에 있는 것 같이 느낄 수 있는 '360도 뷰'도 제공한다.
 
특히 갤럭시노트4와 기어VR은 가속도센서, 자이로센서, 지자계센서, 근접센서 등 다양한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머리를 움직였을 때 콘텐츠 지연 시간을 최소화했다.
 
양병석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기어VR 출시는)삼성전자로서는 영업이익으로서의 애플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중국의 무서운 추격에 당면한 상황에서의 혁신을 위한 시도였다"고 풀이했다.
 
VR이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 군사 영역에도 활용이 넓어지면서 시장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페이스북은 기어VR을 함께 개발한 오큘러스에 20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인 KZERO는 VR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오는 2018년 7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VR시장을 택한 것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삼성전자의 기어VR이 가져온 시장의 영향력은 기대보다 미미하다.
 
보고서는 VR시장에 다양한 차별성을 내세운 여러 경쟁자들이 출현하면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기어VR을 함께 개발한 오큘러스도 경쟁자로 지목됐다. 양병석 연구원은 "오큘러스의 DK2는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등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부품 제공사로 협력하고 있는 형태"라며 "따라서 해당 기기는 VR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쟁사의 제품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해석했다.
 
구글 역시 경쟁사 중 한 곳이다. 구글은 기어 VR의 발표에 앞서 지난 2014년 7월 카드보드 플랫폼을 발표했다. 종이와 렌즈, 고무밴드 등으로 이루어져 단순한 VR을 체험할 수 있으며 누구나 재료를 구해 손쉽게 만들어볼 수 있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형태로 등장했다.
 
중국업체들도 가격을 무기로 VR시장에 뛰어들어 빠르게 시장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봇물 터져나온 VR기기 시장에 초도 진입함에 따라 상업용 기기로서의 입지는 적절히 다졌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도 전에 이미 기어VR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이 겪고 있는 상황과 유사하게 샌드위치 신세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양병석 연구원은 "가상 현실을 만들어주는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은 오큘러스나 구글이 보유하고, 삼성은 하드웨어만 생산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싼 양질의 하드웨어들이 추격을 해오고 있다보니 수익성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VR하드웨어가 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2018년 70억달러 시장에서 하드웨어 매출은 23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소프트웨어는 4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VR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시장석권을 노리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구글과 소니다. 구글의 경우 카드보드로 누구나 쉽게 VR을 즐길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 데 이어 지난 5월 개발자콘퍼런스 '구글IO'에서 다수의 액션카메라를 엮어 고가의 VR장비를 흉내낼 수 있는 어레이(데이터집합)를 공개해 VR영상을 쉽게 촬영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하드웨어 비용을 크게 축소시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시장 확산을 위한 토대를 만들었다.
 
소니는 '썸머레슨'이라는 모피어스 전용 게임 콘텐츠를 예고했다. 이 콘텐츠는 높은 그래픽 품질을 요구하는 연애시뮬레이션의 장르의 게임으로, 상대적으로 그래픽성능이 낮은 스마트폰 기반의 VR과 차별성을 뒀다.
 
보고서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시장공략을 위해 유통플랫폼을 주도하려는 구글과 킬러 콘텐츠를 통한 하드웨어 플랫폼 주도를 꾀하는 소니가 주목받고 있다"며 "중국은 값싼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의 소프트웨어 전략을 발빠르게 벤치마킹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과감한 소프트웨어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VR과 유사하며 시장은 더 클 것으로 예측되는 증강현실(AR)시장에서도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양 연구원은 "AR은 시선이 보고 있는 장면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고난이도의 기술이 포함된다"며 "AR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VR보다 더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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