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경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저성장 국면 속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미국 등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센 외풍에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하는 등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를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은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로 9월 첫날부터 요동치면서 한국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미 1일 발표된 7월 수출입동향과 소비자물가 등이 한국경제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 악재까지 겹치니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393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7% 감소하면서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8월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으로, 8개월 연속 감소세다.
여기에 디플레이션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 오르는데 그치면서 9개월 연속 0%대 흐름을 이어갔다. 소비자물가가 1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걷다보니,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처럼 경제지표들이 줄줄이 경고음을 나타내고 가운데, 중국의 경기둔화·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이 기력을 잃어가면서 올해 우리 경제가 3% 성장조차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대내외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2%대 추락은 피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리 경제가 4년 연속 2~3%의 저성장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3% 경제성장 사수에 안간힘이다. 3% 성장률은 세수 증가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보루이자, 우리 경제의 잠재력에 걸맞은 최소한의 성장 수준이다. 정부가 최근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그랜드 세일 확대 등 소비 활성화 대책 등을 내놓으면서 내수라도 살려 성장률 방어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내수 부양을 통해 경기 회복을 이끄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장기적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고질병인 수출 경쟁력 저하, 가계부채 문제, 신성장 산업 육성 등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동향실장은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중국 경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면서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내수 시장을 키우고 중국 경제의 체질 전환에 맞춰 우리의 주력 산업 경쟁력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제 힘이 약해서 올해 2% 중반의 성장이 불가피하다"면서 "정부가 예상하는 것보다 둔화가 더 빠르게 이뤄진다기보다는 수출 부진 모멘텀이 이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저성장에서 탈피하려면 정부가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규제개혁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경제의 효율을 높이고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며 "새로운 먹을거리로 내수를 끌어올리는 것도 필요하고, 내수 부문이 수출과 독립적으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경제가 확실히 좋아질 계기가 없는 시점인 만큼 정부의 단기적인 정책도 필요하지만, 중장기 정책에 초점을 둬야 할 시점이다"면서 "중장기정책의 구조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자료=산업통상자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