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밑으로 볼펜 뚜껑이 떨어졌다. 허리는 굽혔지만 매캐한 먼지가 들숨으로 들어올까 봐 고개는 숙이지 않았다. ‘탁’ 손에 걸리는 이 느낌은 내가 원하던 느낌이었다. 만족스럽게 꺼내 든 볼펜에는 먼지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구석구석 청소한다고 들이밀었던 청소기는 시간 앞에서 무용지물이다. 그날 청소한다고 다음 날 깨끗하리란 보장은 없다. 뫼비우스의 띠 같은 청소를 누가 대신 와서 해주면 난 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들은 우리의 이런 생각을 간파했다. 매일 해야 하지만 매일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한다면 사회는 더 능률적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필요로 하는 곳에 바라는 것 없이 도움을 준다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한 발 더 앞서나가는 게 아닌가. 청소는 그들에게 직업 그 이상이었다. 청소 및 용역 대행업체인 ‘굿데이크리닝서비스’를 인터뷰해보았다.
사진/바람아시아
Q. ‘굿데이크리닝’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가요?
A. 크게는 청소를 대행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서 전산실까지 전문적인 청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여름에는 소독 및 방역을 시행하여 건강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회사에 청소용품을 갖춰 판매하고 있습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장비를 우리 회사에서는 찾을 수 있죠. 작년부터는 유치원이나 학교, 어린이 집에 있는 장난감을 살균 및 소독하는 일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환경을 위생적으로 만들어주는 거죠. 저희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며 깨끗한 사회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얻고자 합니다.
Q. 창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당시에 창업하게 된 것은 ‘호구지책’이었습니다. 그때는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가 시급했죠. 하지만 창업 아이템을 구상할 때, 단지 이윤만을 추구하여 나만 잘 먹고 잘사는 길을 택할 것이냐를 자신에게 물었더니 아니더라고요. 그럼 우리 주변의 이웃에게 나눔을 베풀 수 있는 일을 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내 일이 사람들이 지속해서 필요로 하고 원할 수 있는 것인가를 고려했어요. 한번 해서 그만두는 것이 아니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생각해보니 평소에 이부자리 개는 것, 식후에 그릇을 설거지통에 가져다 놓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들이 항상 하는 일이지만 필요로 하는 일이잖아요. 아, 청소라면 지속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또 한편으로는 내 안에 있는 유전자는 내가 다 가져서 만족하는 게 아니라 남에게 기부하는 성향, 주변 사람과 더불어 사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죠. 그러면 내 인생의 두 번째 직업은 청소로 해야겠다고 확신했습니다. 결국엔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남에게 도움을 주며, 공익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라는 생각으로 청소를 아이템으로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Q. ‘굿데이크리닝’이 ‘사회적 기업’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점점 빈부 격차는 심해지고, 서로 돕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더불어 살아가자, 라는 생각으로 수입 중 일정 부분을 계속 사회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어려운 일이 닥치면 뛰어들 수 있다는 준비 정신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기도 하죠. 이번에 메르스 사태 때도 정부 차원에서 확산을 방지하지 못해서 전국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때 저희는 자발적으로 버스에 손 소독제를 비치해 놓으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했죠. 사실 사회 공헌을 어느 부분까지 공헌이고, 어느 부분부터 공치사로 생각해야 할지 막연합니다. 저는 남이 손가락질하는 것의 유무를 떠나서, 우리 몸과 마음이 진정으로 닿을 수 있는 도움을 주면 그것이 ‘공헌’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 회사 직원 중 40% 정도가 취약계층이신 분들이고, 그들 중 대부분은 고령자이십니다. 그래서 직원 교육을 더 신경 써서 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현장에 오셨을 때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시행하고 있죠. 어떻게 보면 더 번거로울 수 있겠지만, 저희는 이분들을 적극적으로 고용해 그들이 지속해서 수입을 창출하여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기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칭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웃음)
사진/바람아시아
Q. ‘사회적 기업’이란 타이틀이 붙기까지 어떤 노력 및 과정이 있었나요?
A. 저희는 사회적 기업이란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 노력을 하진 않았습니다. 단지 그전부터 해왔던 사회봉사가 맥락을 같이 한 거죠. 2002년에 청소 사업을 준비하면서부터 양주시에 있는 19개의 사회복지시설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보육원이나 양로원에서 필요로 하는 소독이나 청소를 매월 진행했죠. 물론 봉사니까 무료로. 보통사람들은 일회성으로 와서 사진을 찍고 가거나, 봉사 점수 때문에 많이 갑니다. 반면 저희는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며 봉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무료로 봉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더불어 사는 사회와 나눔에 대한 열정이 꽃 피어나듯 피어난 거죠. 힘들지만 19개의 시설 모두를 봉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웃음) 시에서도 우리 기업은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고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구나, 하며 인정해주었고 사회적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었습니다.
Q. 초반에 무료봉사를 진행할 때, 수익이 없다는 점에서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A. 19개 시설을 처음 갔을 때는 전부 내 손으로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육원이나 양로원의 유급직원들은 기계적이에요. 가령 할머니 한 분이 속이 안 좋다고 하시면, 그들은 용변을 볼 것을 예상해서 할머니를 화장실 앞에 미리 세워둡니다. 마루에서 가만히 앉아 계시던 분을. 너무 기계적이죠. 물론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는 거니까 기계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익을 위해서, 공헌을 위해서 일을 한다는 그들의 직업적 광의의 해석에서 보면 인간적인 면모가 없는 거죠. 아무리 인간의 존엄성을 많이 배웠다고 해도 직업은 직업일 뿐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발 벗고 나선 거죠. 하지만 우리도 나중엔 19개 시설을 모두 봉사하자니 일에 있어서 움직이질 못하겠더라고요. 생업을 포기하고 가기에는 역부족이었죠. 그래서 지금은 네 군데만 시설을 돌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이 있었죠.
사진/바람아시아
Q. 지속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기업 차원에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A. 사실 기업은 영업이나 사업 면에서 많은 매출을 기대해야 합니다. 주변의 이웃들에게 공헌도 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사람들을 더 많이 고용하려면 경제적 기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윤 창출이라는 단면만 보면 안 됩니다. 사회는 연속적인 띠와 같아서 사람들이 잘살면 기업도 지속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경제가 어려워지면 기업 또한 힘들어지죠. 기업이 사업적으로 발전하면, 그 발전을 통해서 공헌도 하고, 사람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고용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죠. 덧붙여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것도 맥락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청소’라는 직종이 사회적으로 좋은 인식을 받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하나요?
A. 저는 작업을 하기 전, 팀 회의를 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언제나 전략적인 사고를 해라. 전략이 없으면 시키는 일에만 복종하는 로봇일 뿐이다.” 예전에 서울로 영업하러 갈 때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청소라는 직종을 무시하는 분들이 많았죠. 하지만 스스로가 청소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높게 평가하면 됩니다. 우리의 장비는 안정적이고 효율성이 높은 장비이다, 라는 부분을 강조해서 말하는 거죠. 이것이 전략입니다. 청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청소하는 사람의 몸과 마음가짐에 있는 거고, 전략에 있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 청소의 영역은 광범위한데, 그중에서도 특화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청소 분야를 찾는다면 사회에서 블루오션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사업들과의 차별성을 통해 청소의 전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거죠. 사실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아직 청소와 관련된 직종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도의 카스트제도에서 낮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청소라는 직종도 그렇게 평가하시죠. 하지만 저희의 작은 노력이 세상의 인식을 많이 바꾸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일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A. 저희 동네 주변 한 학교는 옛날 학교여서 건물은 크지만, 주변에 학교가 생기면서 학생이 분산되다 보니 학급당 학생이 몇 명 없었습니다. 학교는 학생 수에 따라 교육청에서 예산을 배정받으니, 예산은 적지만 행사는 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 온 거죠. 당장 그 주에 행사가 잡혀있고, 개학은 다가오니 준비해야 할 것이 생겨서 교장 선생님께서 힘들어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토요일에 학교를 들러 무료로 청소해주고 왔습니다. 저희의 청소로 그 학교의 청결함이 오래 지속하진 않겠지만, 신학기를 맞아 깨끗한 학교를 보면 아이들도 기분 좋고,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좋을 거로 생각합니다. 여기에 교장 선생님께서 감사하다는 말을 해주시니 그게 내심 또 뿌듯했죠.
사진/바람아시아
Q. 기업의 이름을 ‘굿데이크리닝’으로 지으신 이유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사실 문법적으로는 안 맞죠. 퇴근길 전철 안에서 떠올랐는데, 모든 사람에게 좋은 날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굿데이크리닝서비스’ 라고 정했죠. 근데 이름에 걸맞게 청소도 잘하니까 잘 기억해 주시더라고요. (웃음)
Q. 다른 청소와 차별화됨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계실 것 같아요.
A. 한국에서 제대로 된 ‘전산실 클리닝’ 방법을 이용하여 안정적으로 청소를 하는 업체는 많지 않습니다. 반면 저희는 작업자들에게 위생복이나 장비에 대한 사용방법, 현장에 들어가서 취해야 할 안전조치, 청소방법 대한 교육을 작업 전에 꾸준히 하고 있죠. 그 결과 안정적이고 전문적으로 작업이 가능했고, 2006년부터 꾸준히 금융권이나 IT 관련한 여러 곳의 전산실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NAVER나, CT 은행, 삼성 SDS 등 큰 회사들을 주로 담당하죠.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부분에서만큼은 대한민국에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양주 시에 사는 시민으로서 궁금한 점인데, 접근성이 좋지 못한 곳에 회사가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A. 아내 친정인 것도 있고, 처음 방문했을 때, ‘여기서는 뭔가 하면 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자리를 잡게 되었죠. 근데 영업을 다니면서 우리 명함을 주니까, 남양주는 아는데 양주를 모르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양주를 알려야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개그콘서트’를 보니까 인천 남동구 출신 개그맨이 자신의 지역 홍보를 그렇게 하던데, 저렇게 알리지 않으면 모르겠구나 싶었어요. 이 지역에 꾸준히 자리 잡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도 양주 시에 애정을 가지고, 지역적으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죠.
사진/바람아시아
Q. 올라오면서 본 건데 계단 옆쪽에 포스터가 붙어있던데 그건 뭔가요?
A. 우리 회사의 거래처 중 하나인 ‘Goldman Sachs’라는 세계적인 글로벌회사에서 받아 온 겁니다. 그 회사는 미국뿐만 아니라, 방글라데시, 일본, 인도차이나반도 등 각지에 자리를 잡고 있어요. 그들은 수익을 기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회사가 위치한 지역사회에 꼭 공헌하죠. 저 그림들은 ‘Goldman Sachs’가 전 세계적으로 어떤 공헌을 하고 있는지 찍은 사진입니다. 저희도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저 포스터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서 붙여놨습니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손을 뻗어 이끌어 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취업난에 힘들어 하는 청년들은 사회에서 많이 대두된다. 하지만 장년층은 경제사회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조차 힘들다.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그들에게 경제사회의 주역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기업이 여기 있다. 직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감싸주려는 여기가 참기업이 아닐까.
가는 길까지 행복하게 해준 회사 앞에 피어있던 꽃. 사진/바람아시아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