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 특허권 입찰 마감일(25일)을 20여일 앞둔 롯데면세점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최근 부정적인 여론 속에 롯데면세점의 상징 격인 2개의 매장을 동시에 지켜야 하는 입장이어서 배수진을 치고 필승전략을 세우고 있다.
당초 손쉽게 사업권을 재승인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던 두 점포의 시내면세점 사업권은 최근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와중에 두산이 동대문 두타를 입지로 시내면세점 특허권 입찰 도전의사를 밝혔다. 두산은 16년 동안 두타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유통 노하우를 축적했고, 연간 700만명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동대문의 랜드마크로 두타를 성장시켰다는 점을 강점으로 부각시킬 계획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입찰 참여의사를 밝힌 기업은 롯데와 SK네트웍스, 두산 뿐이지만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이랜드 등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내면세점 특허권 입찰 여부를 검토 중인 상태다.
롯데면세점으로서는 본점(소공점)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가 속속 늘고 있다는게 부담이다. 연 매출 2조원에 육박하는 본점 수성을 위해서는 동대문의 두산과 남대문의 신세계의 압박을 이겨내야 한다.
롯데면세점 측은 관세청의 평가기준만 놓고 본다면 재승인은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최근 롯데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과 일부 정치권의 질책에 난감해 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 특허권이 종료되는 롯데면세점의 시내면세점인 본점과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을 합치면 약 2조5000억원으로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약 3조9500억원)의 60%가 넘는다. 만약 이 두 곳의 사업권을 잃게된다면 회사 전체가 크게 휘청일 수도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만약 본점과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놓치게 되면 1만여명의 임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은 직장을 잃게된다"고 우려했다.
이 처럼 '사운'을 걸고 입찰전에 임해야 하는 만큼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까지 여름휴가를 반납한 채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특허권 입찰 전략 수립에 몰두하고 있다.
우선 그동안 국내 면세산업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점과 이미 수많은 인프라를 갖췄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특히 면세 시장이 발달하지 않았던 35년 전부터 꾸준히 사업을 이어온 세계 3위 면세점이라는 점을 큰 경쟁력으로 어필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제품을 직접 사입하고, 물류센터를 짓는 등 면세점 사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상당하다"며 "신규 사업자가 5년 안에 이런 인프라를 모두 구축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스(SARS), 미국발 금융위기 등 그동안 국내·외에서 벌어진 수많은 악재도 딛고 이겨낸만큼 저력이 있으며, 지난해 연일 적자가 지속되던 AK면세점을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인수하는 등 면세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인 관광객(유커) 유치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과 향후 일본 등 해외시장으로 이탈한 유커의 발길을 되돌릴 계획 등을 앞세울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계열사인 롯데호텔, 롯데월드어드벤처와 함께 오는 10월까지 유커 5만명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유커 중 25%를 롯데면세점이 유치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펼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외국인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관광산업의 발전을 도왔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정부가 최근 면세점 수익 일부를 환수하는 방안을 두고 특허수수료 인상 등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수익에 대한 사회환원 비율을 보다 높게 설정해 국민들을 설득시킨다면 최근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냄과 동시에 심사위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입찰을 20여일 앞둔 롯데면세점 본점과 월드타워점의 재승인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두산 등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롯데면세점은 35년 동안 국내 면세 산업에 대한 기여도와 인프라, 중국인 관광객(유커) 유치 실적 등을 앞세워 특허권 재승인에 나설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