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6시간 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한 뒤 4일 새벽 귀가시켰다.
전날 오전 소환된 정 전 회장은 이날 새벽 2시경 귀가하면서 '어떤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명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했다"라고 답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지난 3월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나선지 6개월 만에 수사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정 전 회장을 소환했다.
검찰은 이날 포스코그룹이 플랜트업체 성진지오텍 지분을 인수하는 데 정 전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추궁했다. 이 지분 거래는 포스코그룹이 2010년 3월 성진지오텍 주식 440만주를 시세의 배에 가까운 주당 1만6331원에 사들여 부실 인수로 평가 받는다.
포스코건설이 협력사인 동양종합건설에 사업상의 특혜를 주는 과정에 정 전 회장이 개입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은 2010년 인도에 아연도금강판 생산시설 조성 공사를 시작하면서 동양종건에 850억원대 토목공사를 하청했다.
포스코와 철강 중간재를 거래하는 업체인 코스틸에 정 전 회장의 인척이 고문으로 재직하며 4억원대의 고문료를 챙겼다는 의혹도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검찰은 그동안 불거진 의혹 외에도 포스코 협력사 티엠테크의 비자금 조성 정황 등 비리 단서를 새로 포착했다. 지난 1일 압수수색이 이뤄진 이 업체의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박모씨는 이상득 전 의원의 포항 지역구 사무소장을 지낸 측근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제철소 설비를 시공·정비하는 협력사인 티엠테크는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켐택에 매출 전량을 의존한다. 다른 협력사가 맡고 있던 시공·정비 사업 물량을 끌어와 연간 170∼180억원 상당의 매출을 내고 있다.
검찰은 티엠테크가 수익의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해 포스코 고위 관계자나 정치권에 로비자금으로 쓴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배임 혐의 외에 다른 혐의 적용도 저울질 중인 검찰은 다음주 초 정 전 회장에 대한 추가 소환 방침을 세웠다.
정동화 전 부회장과 배성로 전 동양종건 회장 등 사건 핵심 인물에 대한 구속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힘을 받지 못했던 검찰이 이날 소환으로 새로운 수사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준양 전 포스코 그룹 회장이 4일 새벽 '포스코 비리'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