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 제기된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정준양(67) 전 회장이 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정 전 회장을 상대로 동양종합건설 건설공사 수주 특혜,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고가 매입 등에 개입한 정황을 조사 중이다.
정 전 회장은 동양종합건설이 인도 제철소 건설공사 등 지난 2009년부터 최근까지 포스코로부터 대규모 공사 여러 건을 2400억원대에 수주하도록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건설공사 과정에서 포스코 현지법인이 대금을 부풀려 지급하고, 영업비 등 명목으로 돌려받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회장은 포스코가 적자 상태였던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의 지분을 시장 가격보다 40% 이상 높게 매입한 과정에도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성진지오텍의 인수가 이뤄진 의사결정에 정 전 회장이 관여했다는 단서를 확보했으며, 사실상 정 전 회장이 산업은행, 미래에셋 등 인수 관계자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포스코플랜텍의 공사대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6월16일 구속 기소된 전정도(56) 세화엠피 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고가 매입에 대한 정황을 파악했다.
정 전 회장은 이날 오전 9시5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포스코를 아껴주시는 국민, 주주,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이번 일로 심려와 걱정을 끼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정 전 회장의 소환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된 포스코 수사의 마무리 단계이자 수사 성패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의혹에 연루된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동양종합건설 전 대표이자 최대주주인 배성로(60) 영남일보 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 전 회장의 조사를 이날에 그치지 않고 추가 조사를 진행해 각종 의혹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 전 회장의 소환 조사를 바탕으로 검찰의 수사 대상이 이명박정부 당시 실세 인사 등 정치권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일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켐텍의 협력사 티엠테크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로 포항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티엠테크의 실소유주인 박모씨는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정준양 전 포스코 그룹 회장이 검찰의 포스코 그룹 비리 수사 착수 6개월만인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