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000210)이 미니신도시급 규모의 아파트 6800가구를 일시에 분양키로 하면서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단일 단지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최근 과잉공급 우려를 딛고 분양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림산업은 7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일대에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6800가구를 10월 분양한다고 밝혔다. 한숲시티가 들어서는 남사지구는 사업면적 70만3904㎡의 여의도공원의 세 배가 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이곳에는 아파트 7400가구, 연립주택 75가구 등 주거시설과 총 750m 길이의 스트리트몰 등 상업시설, 6개 테마공원, 초교 2개소, 중·고교 각 1개소, 도서관·문화체육관 등 도시기반시설이 들어선다.
대림산업은 2007년 지급보증과 시공을 맡으면서 본 사업에 참여했다. 당초 2008년부터 분양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에 따른 부동산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사업이 지연, 8년 만에 분양하게 됐다.
대림산업은 조합원 물량 600가구를 제외한 6800가구를 한꺼번에 분양할 계획이다. 단일 규모 분양으로는 국내 공동주택 사상 최대 물량이다.
분양업계에서는 이 같은 '원샷 분양'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의 경우 '조 단위' 사업인 만큼 미분양 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 통상 1000가구 안팎으로 분양한다. 또 향후 분양가 상승도 노릴 수 있어 분할 공급을 선호한다.
실제로
현대산업(012630)개발이 시행한 경기 수원시 권선지구 도시개발사업 ‘아이파크시티’는 7500여가구를 다섯 차례에 걸쳐 공급했다.
GS건설(006360) 역시 5700여가구의 경기 평택시 동삭2지구 도시개발사업 '자이 더 익스프레스'를 세 차례로 나눠 분양키로 했다.
대림산업 측은 초기 생활 인프라 미비로 인해 발생하는 입주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시 분양 전략을 택했다. 홍록희 대림산업 분양팀장은 "그동안 민간도시개발사업의 경우 수년에 걸쳐 진행되면서 나타난 단점들이 적잖았다"며 "1차 단지 입주자들은 공사가 진행 중인 곳에 살아야 하고 편의시설도 마지막에 들어와 인프라 미비에 따른 제약을 받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홍 팀장은 "뿐만 아니라 뒤에 분양한 단지들은 금융비용이 늘어난 만큼 분양가가 올라가 미분양이 발생할 수도 있는 등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꺼번에 6800가구가 공급될 경우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용인시 미분양은 ▲4월 3271가구 ▲5월 3698가구 ▲6월 3844가구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작년(2141가구)에 비해 8배에 육박하는 1만5418가구가 공급된다. 용인에서 연간 1만가구 이상 공급되는 것은 2008년 1만863가구 이후 7년 만이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GTX를 비롯해 인프라 구축이 속속 이뤄지고 있어 투자가치가 높다"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물량이 계속 쏟아지고 있는데다 아직은 실수요보다 가수요(투자수요)가 많아 향후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까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또한 도심과 적잖이 떨어진 입지 때문에 '외딴섬' 신세로 전락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병원이나 관공서가 멀리 떨어져 있고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인프라도 주변에 없어 불편이 예상된다. 결국 동탄신도시나 용인시청 인근 인프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버블세븐으로 묶일 당시 용인은 처인구 쪽이 아닌 수지구 방면이었다. 처인구는 수지나 기흥과 달리 외진 곳이란 이미지가 컸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핫한' 용인은 아니다"며 "대림산업이 기반시설까지 모두 조성하는 이유 역시 같다"라고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처럼 작년부터 시작된 분양시장 호조에 8년 동안 묵혀둔 사업지를 털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대 과잉공급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초기 계약에서 부진을 면치 못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대림산업이 내달 7400가구 규모의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를 선보인다. 사진은 부지 조성 작업이 한창인 해당 사업지. 사진/대림산업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