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상대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했다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기사회생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안정 속의 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 교육 상황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조 교육감은 7일 항소심 선고 후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서울 교육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라며 "앞으로 안정을 마음에 새기되 권위주의적인 학교를 바꾸기 위한 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의 권위주의적 교육행정과 학교운영 모델을 혁신하고 바꿔가는 민주적 교육행정, 학교운영 모델을 창조적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시대적 변화에 맞춰 우리의 교육과 교육행정, 교육과정이 미래지향적으로 변화되고 혁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9개월 동안 큰 혹을 허리에 달고 사는 것 같았고 밤과 주말에 공판을 준비하느라 너무 힘들었다"며 "성원과 염려로 버텼고 시련을 통해 단련시키는게 아닌가 해서 감사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재판부 판결과 관련해 "저의 의혹 공방 행위가 악의적이지 않고 상대적으로 경미한 행위란 점에서 선고유예를 내려준 것 같다"며 "선거 과정 또는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더욱 섬세하고 신중한 자세를 가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서울교육 행정 과정에서도 조금 더 섬세하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는 말이 떠올랐다"며 "앞으로는 세 번 생각하고 한번 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 교육감은 고승덕 후보에게 사과의 뜻도 전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일부 유죄의 정신에서 비춰보면 제가 고 후보에게 과도한 의혹제기를 했다. 고 후보가 마음의 상처를 받고 저에 대한 분노도 있을 것 같다"며 "이를 풀고 화해의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다른 공간에서는 좋은 협력자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아들 편지와 고 후보의 딸의 편지가 극적으로 대비되면서 저는 너무 과도하게 반듯한 아빠로 비춰지고 고 후보는 그러지 못한 아빠로 비춰져 마음이 불편했다"며 "실제 가정에 돌아가면 다 똑같이 부족한 아빠다. 이런 점에서 국민들도 선거과정에서 극적으로 대비되면서 가졌던 상반된 이미지를 지워주셨으면 좋겠다"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항소심 판결 직후 검찰이 상고할 뜻을 밝힌 것에 대해 "검찰 상고할 지 여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며 "향후 추이를 보면서 변호사와 상의해 대처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지난 4일 열린 서울고법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선고유예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선거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동일한 범죄를 반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 25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르면 이날 오후 상고장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육감직 상실 여부는 대법원에서 최종 가려지게 됐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송월길 서울시교육청에서 타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받은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형이 항소심에서 선고가 유예된 뒤 첫 출근해 소회를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