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미청구공사액 증가…적자 사태 재현되나

2Q 대형사 미청구공사액, 13조원…전분기比 1.9% ↑

입력 : 2015-09-10 오후 4:02:04
'시한폭탄'으로 간주되는 건설업계 미청구공사 금액이 상위 5개사 기준으로 올 2분기 누적 13조원을 돌파해 대규모 실적 악화 우려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회계 기준 삼성물산(000830), 현대건설(000720), 대우건설(047040), GS건설(006360), 대림산업(000210) 등 5개 건설사의 2분기 미청구공사 누적액은 총 13조1619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9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S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미청구공사가 매출채권으로 바뀌고 현금으로 회수돼야 하는데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미청구공사액이 증가하는 것은 공사기간이 예정보다 길어졌거나 진행률을 높게 잡기 위해 예정원가를 낮췄을 경우 나타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청구공사액은 발주처가 건설업체의 공정률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항목이다. 가령 1000억원짜리 프로젝트에서 첫 해에 20%의 공정률을 보였다면 건설사는 매출을 200억원으로 잡게 된다. 하지만 발주처가10%의 공정률만 인정할 경우 100억원만 대금지급을 요청한 뒤 나머지 100억원은 미청구공사액으로 남겨 별도 자산으로 관리하게 된다. 회계장부에는 매출로 잡혀있지만 실제 현금은 들어오지 않은 미수채권인 셈이다.
 
건설사 중 가장 많은 미청구공사액을 보유한 업체는 현대건설로, 5조5614억원에 달했다.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액은 작년(5조1010억원)부터 5조원을 넘어섰으며 전분기(5조1355억원)대비로도 8.3% 증가해 5대 건설사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GS건설은 2분기 미청구공사액이 2조731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다소 늘어났다. 지난해 말과 올해 1분기 각각 2조3815억원, 2조7170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우건설은 1분기 1조5123억원에 이어 2분기 1조5843억원을 기록,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줄어들었다. 삼성물산의 경우 이번 분기 미청구공사액은 2조364억원으로 1분기(2조2448억원)보다 줄어들었다. 대림산업도 지난해 말 1조3535억원에서 1분기 1조3043억원으로 줄어든데 이어 이번 분기 1조2488억원으로 다시 줄어 감소폭을 키웠다.
 
미청구공사가 반드시 손실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공사기간 내 지급받지 못 할 경우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회계전문가들은 잠재적 부실 가능성이 큰 자산으로 분류한다. 매출채권처럼 대손충당금을 쌓아두는 것도 아니라 실적이 나쁘지 않더라도 미청구공사액이 급증한 기업은 부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때문에 대규모 손실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2013년 건설사들의 대규모 어닝쇼크에 앞서 미청구공사액이 크게 증가했다. 삼성엔지니어링(028050), GS건설은 어닝쇼크 전인 2010년 7000억~8000억원이던 미청구공사액이 2012년에 2조원을 넘어섰다. 결국 이듬해인 2013년 9000억~1조원의 영업손실이 터졌다. 과도한 미청구공사액이 어닝쇼크의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H증권 한 애널리스트는 "예정원가 예측은 수주산업 실적을 전망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당장 유동성 위기를 겪진 않겠지만, 미청구공사액이 지금처럼 계속 증가하면 건설업계를 강타했던 적자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 금액이 증가하면서 대규모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방의 한 공사 현장. 사진/성재용 기자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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