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되파는 문제를 둘러싸고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금호측이 여러 여건상 매각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오히려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며 상황을 더 꼬이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금호그룹은 30일 이 문제와 관련해 “대우건설은 공개매각한다는 계획이 우선이고, 산업은행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는 것은 그 이후의 방안"이라고 밝혔다.
금호측은 이런 방침은 공개매각을 통하면 PEF보다 더 좋은 조건에 대우건설을 되팔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국내 대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든 선듯 나서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그래서 공개매각이 실패한다면, 금호로서는 PEF에서도 더 불리한 조건에 회사를 매각해야 한다.
산은측도 금호그룹측에 “공개매각과 산은 PEF매각 중 한가지를 분명히 하라”며 “공개매각에 실패하면 가격 등에서 불리해질 것"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방법을 놓고도 금호가 시장의 기대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단 금호측은 ▲투자자 지분 39%에 경영권을 보장해 주는 방법 ▲지분 50% + 1주를 파는 방법 ▲전체 지분 72%를 파는 방법 등 3가지 중에서, 첫번째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방법은 나머지 2가지 보다 낮은 가격에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에게 유리하지만, 금호가 33%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어, 경영권 보장 정도가 약하다.
그래서 업계 한쪽에서는 "금호그릅이 상황이 좋아졌을 때 경영권을 회수하기 위해 투자자 지분 매각방식을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시장에서는 금호그룹에 대해 "매각이 최대한 빨리 이뤄지는 방향으로 조건들을 맞춰가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분을 놓고 고민하는 것은 파는 사람의 입장일 뿐”이라며 “리먼사태 이전 대우조선 해양이 매각되기까지 4개월 정도가 걸렸던 점을 고려한다면, 연말까지 풋백 옵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금호로서는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금호그룹은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도록 노력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김현우 기자 Dreamofan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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