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배당성향은 갈수록 증가하지만 고용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성향은 은행 당기순이익 중 주주에게 지급하는 현금배당금의 비율로, 특히 외국인 주주비율이 높은 은행들의 배당성향이 높았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은행 배당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간 국내은행 배당총액은 17조7410억원으로 배당성향 평균은 37.1%였다.
2014년 배당성향은 43.9%로 전년(33.4%) 대비 10.5%p나 급증했다. 18개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6조245억원이었고, 이 중 2조6419억원이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현금 배당됐다.
배당성향 1위는 영국계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SC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SC제일은행으로, 무려 279.3%였다. SC은행은 552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지만 150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고, 모기업인 SC금융지주는 당기순이익의 네 배(배당성향 369%)에 달하는 5000억원의 배당금을 영국 본사에 송금했다.
2위는 농협으로 21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 이 중 95%인 2061억원을 배당했다. 3위는 73.6%의 우리은행으로 이는 해당 은행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 4위는 시티은행으로 42.3%다. 지방은행으로는 부산은행이 당기순이익(3323억원)의 120.4%에 달하는 4000억원을 배당해 가장 높았다.
주주들의 배당금을 늘려가고 있는 은행들이지만, 정작 일자리 창출에는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록적인 배당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SC제일은행의 고용은 2010년에 비해 17.7%(1093명) 감소했고, 시티은행도 지난 3년 간 17.6%(761명)나 고용을 줄였다.
특히 최근 정부여당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를 지난 2008년에 도입한 국민은행은 5319명(21%)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인건비를 절감하고 배당은 늘였지만 신규채용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김기준 의원은 “경기침체와 가계부채 문제로 온 국민이 힘겨워 하는 시기에, 은행은 사상최대의 고배당잔치를 벌이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은 ‘배당은 자율결정 사항’이라며 은행의 고배당을 더 부추기고 있지만 지금은 배당을 늘릴 때가 아니라, 일자리를 늘리고 가계부채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