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최근 금융과 IT의 융합인 핀테크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역시 올초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행 은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다양한 진입장벽을 완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제도의 도입을 위한 법률적 검토' 보고서를 통해 내년 상반기 도입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저자본금, 은행 주식보유 제한 등 진입장벽을 완화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아직까지 법적으로 정의를 내리고 있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고객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위하여 소수의 지점 또는 은행 지점을 통한 대면거래를 배제하고, 인터넷을 주된 영업채널로 활용하는 은행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은행을 중심으로 제공된 온·오프라인 금융서비스가 비금융회사(또는 비은행금융회사)가 온라인채널을 통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제도 도입을 위한 시도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2001년에는 대기업(SK텔레콤, 롯데 등)과 벤처회사(안철수연구소, 이네트퓨쳐 등)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브이뱅크'라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했으나 대기업 중심의 추진방식, 은산분리 규제, 최저자본금 확보, 외국계자본 유치실패 그리고 금융실명제 등의 제도적 난제로 인하여 무산됐다.
이어 2008년에는 금융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고자 했다. 하지만 같은해 9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은행산업에 대한 규제가 전세계적으로 강화됐고 은행건전성 우려, 수익모델 취약성, 과당경쟁 우려 등으로 입법에 실패한 바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은 각각 1995년, 2000년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고 전세계 금융시장을 상대로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만큼 국내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정부기관·은행·민간·법무법인·IT기업 등으로 구성된 테스크포스(TF)에서 12차례에 걸쳐 관련 내용을 논의해 왔다. 이를 중심으로 금융위원회는 4월16일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공개토론회를 개최했으며 6월18일 IT·금융 융합 및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7월10일 '은행업 인가매뉴얼'을 대외 공개하고 7월22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인가'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연내 예비인가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에 본 인가를 통해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금융시장의 발전, 금융소비자의 편의성, 해외금융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현행 은행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즉 인터넷전문은행을 특수한 형태로 인정해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야 하는지, 전통은행과 동일한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지, 기존의 은행법을 개정한다면 진입 규제를 어느 수준으로 완화해야하는지 등 다양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현 은행법에서 최저자본금과 은산분리 규제가 ICT기업들이 금융권 등과 컨소시엄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 데에 가장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최저자본금과 관련, 현재 은행법은 인터넷전문은행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자의 최저자본금 요건을 특별히 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기존 은행의 최저자본금 요건인 1000억원을 유지할 것인지, 지방은행의 250억원 수준으로 할 것인지 검토 중인 상황이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중간지점인 500억원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같은 법률상 최저자본금 규정은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하며, 오히려 최저자본금 요건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입장벽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은행법에서 정하고 있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최저자본금은 은행법 제정 당시 화폐가치를 기준으로 정립됐기 때문에 1000억원, 250억원, 500억원 등의 논리는 현실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요건으로써의 최저자본금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며 인가 시 금융 감독기관의 재량에 따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역시 최소자본금이 20억엔(185억원)이상, 유럽연합(EU)은 500만유로(60억원)이상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와함께 보고서는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는데 소위 '은산분리' 규제가 가장 큰 진입 방벽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기 위한 제도를 의미한다.
현재 은행법에서 비금융주력자는 은행 지분 4%를 초과해 취득할 수 없도록 돼 있으며 다만 의결권 행사 없는 조건으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으면 10%까지 은행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모바일 플랫폼과 수많은 고객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제고시킬 획기적인 사업계획을 가진 ICT 기업이라고 할지라도 현행 은행 소유 구조 하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은행 경영의 건전성, 독립성 확보 장치, 모회사의 리스크 관리 등 인터넷전문은행업을 영위하기 위한 사업계획이 구체적이고 타당하다면 금융당국의 재량권과 사후적 통제장치로 충분히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서 이윤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