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난민은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는다

난민 유입지역선 현지인 임금 오히려 상승
젊은 노동력 공급…늙어가는 유럽 노동시장에 활력 줄수도
난민 대상 신사업·신시장 발굴도 가능

입력 : 2015-09-17 오후 2:28:06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칼럼을 통해 "난민은 짐이 아니라 투자"라고 말했다. 난민과 이민자들이 정부의 복지 재정을 갉아먹어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하고 결국에는 그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말 것이라는 유럽의 반(反)이민 정서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난민을 수용하는 데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크다. 올해 80만명의 난민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독일은 난민 수용비용으로 100억유로를 예상했고, 뉴질랜드 정부는 향후 2년 반동안 750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는 비용으로 5000만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난민 구호를 위해 조성된 유엔(UN) 산하기구의 기금은 이미 파산위기에 처했다.
 
지난 5일 독일 뮌헨 기차역에 도착한 난민들의 모습. 사진=뉴시스/AP
 
동정심에만 호소하기에는 너무 많은 난민이 몰려들고 있는만큼 긴 안목을 가지고 난민에 대한 경제적인 효과를 분석할 필요가 커졌다. 곳곳에서는 난민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난민은 늙어가는 유럽에 젊은 노동력을 공급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함에 따라 새로운 소비층을 창출할 수 있다. 난민과 현지인이 일자리를 두고 제로섬게임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난민 유입으로 현지인들의 임금수준이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뉴질랜드 경제학자 사뮤비엘 이퀍은 "난민 관리에 들어가는 돈을 비용으로만 보지 말고 투자로 봐야 한다"며 "다만 재정착 프로그램이 제대로 이뤄져야만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 상승·일자리 창출의 촉매제
 
유럽이 이민자·난민 유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다. 실업률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새로운 인구가 유입된다면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그만큼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민자와 난민 유입이 고용측면에서 플러스 효과를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의 난민 전문가인 마이클 클레멘은 "난민들은 정착국가에서 일자리를 얻을 때까지 기다리기 보다는 직접 창업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과 제리 양 야후 공동설립자,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앤드류 그로브 인텔 공동창업자 등은 모두 난민 출신이다. 애플의 고 스티브 잡스도 시리아 난민 2세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아이폰은 탄생할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난민들이 창업에 나서지 않고 저임금 노동직을 구한다 해도 경제적 마이너스 효과는 없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과 코펜하겐대학은 지난해 저임금 이민자·난민의 유입이 오히려 평균 임금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보스니아 내전과 터키의 경기침체로 덴마크에 이민자와 난민 유입이 많았던 1990년대 상황을 분석했다. 당시 덴마크 정부는 이민자 등을 임의로 분산시켜 각 지역으로 보냈는데 결과적으로 난민이 유입된 지역의 임금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능력과 기술이 부족한 이민자들이 기존의 저임금 일자리를 채우면서 자국 노동자들은 관리직 등 보수가 좀 더 많은 직책으로 옮겨갔다. 또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오자 노동자들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전문화에 나섰고 이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전반적인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교육수준이 낮은 자국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이민자 유입으로 오히려 상승했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며 "이민자 등의 유입이 실업률을 높이고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난민들을 빨리 경제활동에 투입할수록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존스홉킨스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난민 수용 절차가 길고 관련 규제가 많은 나라일수록 난민에 대한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에서는 심사를 거치고 있는 난민은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 때로는 몇 년씩 걸리는 심사 기간 동안 난민들은 정부 복지기금을 받는다. 이후 일을 시작하게 되면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없어 실업상태를 유지하는 난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자 강제 구금 정책이 있는 호주에서는 관련 비용으로 매년 10억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망명신청자 한 사람당 11만9000달러가 드는 꼴이다. 옥스퍼드 난민연구센터도 "난민처리를 가능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 그들을 빨리 사회에 동화시키고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난민은 새로운 '젊은 노동력'
 
난민은 늙어가고 있는 유럽의 노동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존재기도 하다.
 
독일이 난민들에게 관용을 베푼 데에는 동정심과 나치 시절의 원죄 외에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가 주요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독일 인구는 쪼그라들고 있다. 독일 정부는 현재 8100만명인 인구가 오는 2060년이면 6800만~7300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인 1명 부양에 필요한 경제활동인구 수는 현재 3명에서 2060년 2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젊은 노동자에 대한 구인난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인 다임러 등은 이미 난민 수용센터에서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지원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자리 연계 시설에서는 난민들을 잠재적 고용주와 연결하는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디터 제체 다임러 대표는 "대부분의 난민들은 젊고 교육수준이 높으며 의욕적"이라며 "정확히 우리가 찾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1950년 이후 들어온 이민자 덕분에 독일은 라인강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유럽지역 무슬림의 평균 연령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8세 낮다. 무슬림이 대부분이 난민이 유럽에 들어오면 젊은 노동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독일이 난민 유입으로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는 데에는 경제가 제조업 기반이라는 이유도 있다. 제조업의 경우 견습이나 실습을 통해 기술을 배울 수 있어 언어적 능력이나 관련 지식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또 실업률이 6.4%로 1990년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일자리를 두고 난민과 자국민이 경쟁할 확률도 헝가리 등 다른 국가보대 상대적으로 낮다.
 
국경을 봉쇄하며 난민 유입을 적극 막고 있는 헝가리도 인구는 줄고있다. 오는 2030년이면 인구가 현재보다 5.8% 줄어들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이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난민을 수용하지 않는 데에는 높은 실업률과 불안정한 경제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나중에 젊은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슬람교 이민자들은 이들 국가를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시작된 '난민 비즈니스'
 
난민의 경제적 효과를 논할 때 흔히 놓치는 부분은 난민이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난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인구이동이 될 것"이라며 "그리스의 구멍가게부터 미국의 연기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난민 비즈니스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의 소비는 지역 경제에 즉각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난민이 유입되면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음식과 보호시설은 물론 인프라,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이는 농업과 건설업, 임대업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이슬람국가(IS)를 피해 도망친 이라크 라마디와 팔루자 출신 난민들이 모여있는 바그다드의 난민캠프 모습. 사진=로이터
 
벌써 발빠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난민 출신 유럽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섰고 일부는 정부에서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를 찾아 난민 사회를 파고들고 있다.
 
절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한다는 비난도 있으나 끊임없이 몰려드는 난민을 정부 혹은 자선단체가 감당 못하는 부분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가디언도 "사기업은 정부, 비영리단체와 함께 막대한 난민 유입에 따른 장·단기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난민 비즈니스를 통해 나오는 수익은 적지 않다. 독일 항공사인 에어베를린은 망명 신청 탈락자들을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한 항공편을 제공하면서 지난해에만 35만달러를 받았다. 스웨덴 정부는 망명 신청자들의 국적 확인을 위해 언어분석회사에 90만달러를 지불했다. 미국 송금전문업체 웨스턴유니온 아테네 지점은 난민들에게 하루 2만유로를 인출해주며 상당한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그리스에서는 경제위기로 경영난을 겪던 소규모 관광·숙박업체들이 난민들에게 텐트와 침낭, 음식 등을 제공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리스 항구 인근에서 난민을 대상으로 식료품을 파는 상인은 하루평균 200명의 난민이 가게를 찾는다고 전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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