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국정감사 전에 다짐한 질의응답식 진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업인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호통치기와 가르치기는 올해도 이어졌다. 하지만 총수일가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태도는 사뭇 달랐다.
올해 '형제의 난'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동빈 회장은 17일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정무위원회 국감장에 섰다. 롯데그룹 사태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사를 반영해 여야 의원들의 집중 표화가 예상됐지만 예상보다 조용히 진행됐다.
일부 의원은 할당된 시간 대부분을 롯데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거나, 지금까지 롯데의 업적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또 어떤 의원은 롯데의 앞날을 기원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재벌 눈치보기 국감이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황각규 롯데그룹 사장과 팔짱을 낀 채 여유를 갖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뉴시스
앞서 여야는 국감 증인 선정 시 신경전을 벌였다. 올해 유독 재벌 관련된 사건이 사회적·경제적 파장이 컸던 만큼 증인 채택 인원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망신주기식 증인 채택을 지양하고, 꼭 필요한 경우만 부르자는 논리였다. 결국 총수 중에는 신동빈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데 그쳤다.
총수일가가 아닌 전문 기업인에 대한 의원들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증인이 아니라 죄인 취급한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각 의원당 5분으로 정해진 질의응답 시간 중 4분 넘게 질문하는 의원들이 부지기수다. '4시간 대기하다 30초 대답하고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허투루 나온 게 아니다. 심지어 기업인 증인이 억울한 부문을 해명하려고 하면 충분한 소명기회를 주지 않고 말을 끊기 일쑤다.
재계 관계자는 "국감에 불려가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질의 내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몰아붙이는 일부 의원들을 대상으로 해명을 하려고 해도 자기 할 말만 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네'라는 대답만 하고 온다"고 한탄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