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KTX특배송…‘폭탄’도 특급배달

마약에서 폭탄까지, 물건확인도 안하고 1분이면 당일배송

입력 : 2015-09-22 오전 10:58:52
코레일 네트웍스가 운영하는 KTX특배송서비스의 검수시스템이 지나치게 허술해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각종 위험물질이 무방비로 전국에 배송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22일 “KTX특배송서비스를 통해 폭탄 모형을 배송한 결과 아무런 문제없이 배송지에 도착해 폭탄·위험물 등의 배송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황 의원실 관계자는 실제 지난 4일 서울역에서 포장된 폭탄 모형을 KTX특배송서비스로 접수했다. 그 과정에서 물건을 확인하는 기초적인 검수도 없었으며,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모든 과정이 완료됐다. 폭탄 모형은 당일 18시 55분에 포항역에 도착했으며, 동일한 절차를 통해 9월 7일 다시 서울역으로 배송됐다. 
 
사진/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실
 
하루 수백만명이 이용하는 KTX를 통해 배송이 이뤄지는 KTX특배송서비스는 코레일 네트웍스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2014년 기준 배송건수가 35만 7329건에 달한다. 
 
그렇지만 배송물품 검수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체국 택배의 경우 택배를 맡길 때 어떤 물건인지에 대해 질문해 기본적인 확인을 하나, KTX특배송서비스는 이마저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 또 퀵기사 등을 통한 대리접수와 물품 인도가 가능해 익명성까지 보장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이 악용돼 실제 마약거래 통로로 활용돼 수차례 적발도 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회사 측에선 월 1~2회 실시했던 탐지견 순찰을 월 3~4회로 늘리고, CCTV를 확대 설치하는 등의 미온적 조치만을 시행했을 뿐이다.
 
여기에 마약류 등의 검색을 위해 X-ray나 검색대 도입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도입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취약한 검수 시스템이 폭탄·위험물의 배송도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황 의원은 꼬집었다.
 
황영철 의원은 “폭탄·위험물 등이 아무런 제약 없이 수백만이 이용하는 KTX를 통해 배송된 것은 KTX특배송서비스의 검수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마약뿐만 아니라 테러의 위험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KTX특배송서비스로 배송되는 물건의 경우 접수·검품 단계를 통과하면 도착지까지 어떠한 점검 없이 그대로 배송되는 만큼, X-ray나 검색대를 설치해 확인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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