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
최근,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7년 동안 "수술을 받지 않고 침을 이용해서 가슴을 확대할 수 있다"며 광고를 통해 침 시술을 해왔던 한의사가 법정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의 실형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일명 자흉침으로 알려진 시술을 해오던 그는 2013년 한방 가슴성형에 관한 부정적인 언론보도 이후 환자가 급감해 경영난을 겪어왔고, 2014년에는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치료비 환불은 물론 위자료까지 물어주어라"는 결정이 내려지자 “효과가 없으면 비용을 전액 돌려주겠다”고 광고를 하면서 시술을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환자 1인당 10회 침시술 비용으로 받은 돈은 300만원이 넘는다. 환자들에게 선불로 받은 시술료 6300만원을 돌려주지 않은 채 돌연 병원 문을 닫음으로써 환자들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를 당한 상태였다. 병원 문을 닫기 전날까지도 시술료를 선불로 받으며 정상진료를 했던 그 한의사는 세금 5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적용됐다.
그 한의사는 침을 이용해서 가슴을 확대하는 시술법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시술법에 대한 특허를 인정받았고, 이후 이를 대대적으로 광고했었다. 그렇다면 침을 이용해서 가슴을 확대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가능하고 타당한 사실인가.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다. 자흉침법을 개발했다고 주장해 온 이 한의사는 가슴확대의 원리에 대해 “막힌 것을 뚫어줌으로써” 가슴을 확대시킨다고 설명해왔다. “막힌 것을 뚫어준다”는 것은 한의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의학적으로는 옳은 표현이라 할 수 없다.
법정에서 실형을 받았다는 언론 기사에 이 한의사의 나이가 36세로 소개되었고, 그가 8년 전인 2007년에 자흉침을 개발했다고 하니 이 한의사의 나이를 역산하면 그는 한의과대학을 갓 졸업한지 얼마 안 되는 28세에 ‘침으로 가슴을 확대시키는 획기적인 방법’을 발견 또는 발명했고, 다수의 언론에 출연하면서 유명한 한의사가 된 것이다. 28세의 한의사가 세계적으로 놀라운 의학기술의 발견을 하지 말라는 법이 없으나, 이처럼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는데도 세계적인 의과학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더욱 기적같은 일이다.
산삼 성분을 넣은 약침(주사제)을 이용해서 암을 치료한다는 한방병원도 비슷한 경우다. 2013년 한 방송사에서 그 한의원의 약침을 수거, 정부기관에서 성분을 검사해보니 1병에 30만원 한다는 산삼 약침 주사제에서 산삼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검사를 진행한 정부기관 관계자는 병원 측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한 진세노사이드, 컴파운드 K, RG3, RH2, 그리고 일체의 사포닌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가 맞다면 암 진단을 받고 절망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환자와 가족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다.
그런데 법에 의하면 인체에 주입되는 모든 주사제는 반드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한방병원에서 암환자들의 몸에 주사하는 정맥주사제인 항암약침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지 않았고, 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성분도 모르고 안전성도 입증되지 않은 주사제가 환자들의 몸으로 들어가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의사들이 조제하는 주사제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조건들을 적용하지 않고 눈감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한 일이다. 치료효과를 보이는 새로운 약물의 개발은 세계적인 제약사들의 공통된 숙제이자, 염원이다. 그들은 단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평균 1조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하고 있다. 한의사들이 개발하는 약침이 진실로 효과를 가진 신약이라면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흥미를 갖고 앞다퉈 달려들 텐데, 왜 이들을 한국의 한의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을 외면하고 있을까.
화이자며, 노바티스며, 사노피와 같은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만들지 못하는 신약을 대한민국 한방병원의 한의사들은 매우 손쉽게 만들어내고 암환자를 고쳐내고 있다는데, 이것 역시 기적 같은 일이며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더욱 더 기적 같은 일이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주사제들의 안전성에 대해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아예 목을 잡고 쓰러질 일이 아닌가.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