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1년)①분리공시 빠진 단통법 순항 중? "이통시장 패러다임 전환 역부족"

시행 1년 맞아 공과 '논란'…"단말기값 인하 실패"

입력 : 2015-09-23 오후 6:06:42
오는 10월1일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단통법 시행으로 과거 지원금 대란으로 상징되던 혼탁한 이동통신 시장은 다시금 신뢰를 회복해 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단통법은 입법 취지였던 이용자 차별 해소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단통법의 긍정적 평가에도 보완점은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제조사의 장려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분리공시, 정부의 의도적 개입으로 상한액이 규정된 지원금 상한제 등은 단통법의 대표적인 한계로 꼽힌다. 여기다 소모적인 지원금 경쟁에서 벗어나 서비스 경쟁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인위적 규제보다 이동통신 시장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단통법 시행 1주년을 맞아 단통법의 개선 방향은 물론 향후 이동통신 서비스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3회에 걸쳐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미연 기자] ‘분리공시’ 빠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어느새 시행 1년을 맞았다. 정부는 비록 분리공시는 제외됐으나 단통법의 다른 메커니즘들에 의해 단말기값 인하 등 의도한 결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분리공시를 담은 복수의 단통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중인 가운데 최근 제조사들의 막대한 장려금 지급 규모가 공개돼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다.
 
분리공시는 보조금을 구성하는 제조사 장려금과 이통사 지원금을 구분하는 것으로, 당초 단통법의 핵심으로 꼽혔다. 보조금의 출처를 밝혀 지원금 경쟁을 완화하고 제조사의 출고가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영업비밀 노출’을 근거로 삼성전자(005930)가 반기를 들었지만 정부, 국회, 이통사, 타 제조사, 유통업계까지 모두 찬성했다. 그러나 법 시행 1주일 전 규제개혁위원회가 분리공시 채택을 무산시키면서 단통법은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지적을 업고 불안한 출발을 해야 했다.
 
지난 1년 간 이용자 차별 해소, 이통사 요금·서비스 경쟁 강화 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엿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 체감도가 가장 큰 단말기값 인하 부분에서는 아직 평가가 엇갈린다.
 
그동안 중저가폰 비중이 늘고 삼성전자가 최근 갤럭시노트5의 출고가를 낮춰 출시하면서 단말기 시장에서도 단통법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노트 시리즈의 출고가는 ▲갤럭시노트 99만9000원 ▲노트2 108만9000원 ▲노트3 106만7000원 ▲노트4 95만7000원 ▲노트5 89만9800원으로 노트2 이후 추세적으로 내려갔다. 이에 대해 단통법보다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인한 삼성전자의 고육지책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LG전자(066570)는 단말기 판매 감소를 토로하며 정부에 ‘지원금 상한제’ 폐지까지 요청하면서도 출고가 인하 카드는 빼들지 않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엣지플러스'가 출시된 지난 8월20일 서울 종로구 KT 올레스퀘어 매장에서 시민들이 휴대폰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지난 14일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단통법 시행 후 9개월동안 대리점에 지급한 장려금이 8018억원에 달했다”며 “이 돈을 출고가 인하에 써야 하며 해당 관행을 없애려면 분리공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분리공시 관련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 때 상정될 것으로 보며, 여야 의원들의 관심이 커 긍정적인 결과가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9대 국회가 종료되는 내년 4월이면 발의된 개정안들이 자동폐기돼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 관계자는 이어 “프리미엄폰을 선호하는 국내 시장에서 제조사들이 고가 전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용자 측면에서 하향평준화를 이룬 단통법을 보완하기 위한 첫 걸음은 분리공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 측은 “출고가 부풀리기, 이를 반영한 지원금 책정, 고가 요금제 유도로 비용을 회수하는 악순환을 끊고 가격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분리공시 도입을 논했던 것인데 현재는 다른 메커니즘들로 이같은 결과를 내고 있다”며 분리공시 필요성을 부인했다.
 
미래부 자료에 따르면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단통법 시행 전 미국 버라이즌과의 출고가 차이가 최대 344달러까지 났지만 최근 갤럭시노트5는 오히려 한국 출고가가 7달러 싸졌다.
 
한국과 미국(버라이즌)의 갤럭시노트 시리즈 최초 출고가 비교(당시 환율 적용).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내 단말기 출고가 인하가 가시화돼 해외와 격차가 없어지고 같은 계열의 신제품 가격도 지속 하락하는 등 소비자 단말기 비용 부담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자료/미래창조과학부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미국 시장과 20만~30만원까지 차이났던 국내 출고가가 많이 내려가면서 가격 거품이 빠지는 추세”라며 “제조사들의 행태가 법 취지에 역행하면 몰라도 현 단계에서 분리공시를 다시 말하는 건 또 다른 시장 혼란과 침체를 야기할 수 있어 득보다 실이 크다”고 말했다. 더 이상 제조사에게 해외 대비 출고가를 낮추라고 하는 것은 임계치를 넘어가는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가 말하는 분리공시 외 메커니즘은 지원금 상한제, 분리요금제 등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통신 요금과 단말기값이 합쳐진 가계통신비 인하에 제조사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분리공시도 필요하다는 주장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울러 페이백 등 유통 현장의 불법 행위를 더욱 차단하기 위해서도 제조사 장려금 규모가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단통법은 통신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주기 위한 법안”이라며 “통신 시장이 완전경쟁시장이 아닌 이상 필요에 따라 더욱 철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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