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석채(70) 전 KT 회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전 회장이 재무구조가 열악한 기업들의 주식 인수를 지시한 부분을 '합리적인 경영판단'으로, 임의로 역할급(상여금)을 지출한 후 그 중 일부를 되돌려 받아 경조사비 등에 지출한 것은 '회사를 위한 용도'로 사용했다고 각각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유남근)는 2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일영(59) 전 KT 사장(코퍼레이트 센터장)과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유열(59) 전 KT 사장(커스터머 부문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KT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기업 3곳의 주식을 사들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 재직 당시 기업 3곳에서 주식을 인수한 것은 회사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인수한 것으로 보이고 투자 역시 회사 내부의 충분한 사업 검토에 따라 이뤄졌다"며 "이 전 회장과 김 전 사장이 자신의 임무를 위배했다거나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회사 내부 규정 등을 거치지 않고 역할급 명목으로 회사 임원들에게 임의로 지급한 것은 종전부터 해오던 제도였으며, 지급된 금액 중 일부를 되돌려 받아 이를 경조사비 등으로 사용한 것 또한 회사를 위한 용도로 지출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전 회장과 서 전 사장은 역할급 일부를 되돌려 받아 현장 관계자들과 거래처, 임직원들의 복리후생, 명절 선물 등에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개인적인 이득을 도모했다기보다는 회사의 원활한 운영과 유지 도모를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재직 당시 김 전 KT 사장과 공모해 2011년 8월 적정가치가 961원 수준인 교통정보시스템 업체인 이나루앤티 주식을 31배나 비싼 주당 3만원씩 5만주를 매수해 회사에 14억5000만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자신의 8촌인 유종하(79) 전 외무부장관이 대표로 있던 교육업체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과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 두 곳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적정 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여 회사에 89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유 전 외무부 장관은 이명박(74) 전 대통령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이 전 회장은 이와 함게 2009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4년8개월 동안 KT 내부 규정 및 이사회 결의 없이 임의로 회사 임원들에게 역할급 명목으로 27억5000만원을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아 경조사비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 전 KT 사장도 함께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