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이 정부가 서민금융 지원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시점에 '수수료 정상화'를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하 회장의 요구가 업계를 위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공염불에 불과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은 '국내 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익구조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은행의 서비스 가격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면서 은행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대고객수수료(송금 및 자동화기기 수수료)가 전체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12%에서 2014년 7.5%로 하락했다. 또 작년 말 기준으로 미국 상업은행들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37.0%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9.1%에 불과한 수준으로 미국보다 낮은 수수료를 적용한다는 말이다.
하영구 회장의 발언은 이같은 연구를 토대로 침체된 은행을 살려야 하는 방안의 하나로 수수료 정상화를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은행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 방침이 서민금융지원에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까지 나서서 다양한 서민금융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는 시점이어서 서민 부담을 늘리는 수수료 인상은 실현 가능성이 더욱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 국정감사에서에는 시중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와 가산금리 수입으로 땅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은 시중은행들이 연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릴 수 있도로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회에서 중도수수료 인하를 요구한 상황이라 하영구 회장이 어떤 파급효과를 낼지 불확실하다"며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나중에야 인식의 변화가 있겠지만, 수수료 정상화 논의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회에서 중도수수료 인하를 요구한 상황이라 하영구 회장이 어떤 파급효과를 낼지 불확실하다"며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나중에야 인식의 변화가 있겠지만, 수수료 정상화 논의는 쉽사리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비이자 수익을 올리려면 수수료를 인상하는 게 맞다"며 "그러나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여론이 두껍게 형성된 마당에 어떻게 수수료를 올리겠느냐. 하영구 회장의 말은 사회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한 금융권 관계자도 "자동화기기(ATM)나 송금 수수료가 원가에도 못 미치는 건 사실이나, 은행끼리 서로 눈치를 보면서 어디 하나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여론과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 탓"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한 건물에 자리한 현금자동입출 전원이 꺼져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