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술과 담배에 붙는 세금을 대폭 올리는 이른바 '죄악세(sin-tax)' 도입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한국조세연구원은 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너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외부불경제(사회 전체에 주는 불이익) 품목 소비억제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술·담배에 관한 세금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조세연구원이 주관했지만 조세연구원이 기획재정부의 연구용역을 받은 '외부불경제 품목 소비억제를 위한 정책 개편방안'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주도한 토론회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올 가을 세제개편을 앞두고 담뱃값과 술값을 올리기 위해 국책연구기관들을 앞세워 여론몰이를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 된다.
정영호 보사연 연구위원은 "흡연과 음주의 폐해는 사회경제적으로 상당한 비용을 유발하므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마련이 필요하다"며 "사회적으로 건강위해품목의 소비와 생산이 감소하도록 유인하는 건강친화적 조세체계를 설계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담배와 주류의 경우 국민건강위생 측면에서 부정적인 효과가 큰 만큼 적정 수준으로 소비억제 필요성이 크지만 현행 조세체계는 크게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성 선임연구위원은 "장기적 시각에서 경제적 유인제도(소비세)를 통한 소비억제 정책의 엄정한 집행이 바람직하다"고 죄악세 도입의 당위성의 설명했다.
◇ 술·담배 세금 올려서라도 소비 줄이겠다
정부의 죄악세 도입 명분은 건강에 해로운 술·담배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술·담배에 붙는 세금을 올려서라도 소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보사연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질병비용과 간접흡연비용 등 5조6395억원, 음주로 인해 지출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질병비용과 음주관련 사고비용 등을 더해 18조9753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재정확대 정책으로 부족해진 세수를 메우기 위해 비교적 쉽게 올릴 수 있는 주세와 담배세를 올리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간접세 성격의 담배세와 주세가 인상되면 술·담뱃값이 오르게 되고 이는 상대적으로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감세정책과 경제위기로 세수 확보가 어려워지자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메우려한다는 비판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종합부동산세 등 부자와 관련된 세금은 감면해주는데 서민 주머니에서는 자꾸 세금을 털어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정부 정책이 계층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실제 소득상위 1~2분위의 가구당 연평균 담배소비지출액은 11만9000원~13만원인데 비해 3~10분위는 21만4000원~28만9000원으로 고소득자일수록 담배를 적게 핀다. 소득에서 담뱃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저소득자일수록 담뱃값 인상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커지는 셈이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정부 방침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세제개편 논의과정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