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예금보험공사가 2분기 연속 경영이행약정(MOU)을 달성하지 못한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징계 여부를 미루고 있는 가운데, 오는 22일로 예정된 예금보험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보는 지난 4월 이 안건을 예보위에 올릴 계획이었지만,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안건 상정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오는 22일 열릴 예보위에 우리금융에 대한 징계안건을 상정할지를 놓고 막판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예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의 최대주주로, 우리금융과 2년마다 MOU를 맺고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해 각각 반기와 분기마다 실적을 점검하고 있다.
◇ 우리금융 징계 여부 `안갯속`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 6911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고, 우리금융 역시 같은 기간 6648억원의 적자를 냈다. 우리은행의 경우 전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MOU 이행에 실패했다.
예보와 우리은행이 체결한 MOU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0% 넘어야 하며 순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 이하, 총자산이익률(ROA)은 0.8%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또 1인당 조정영업이익은 3억원을 넘어서야 하며 조정영업이익 대비 판매관리비용은 45.8% 이하로 관리돼야 한다.
예보는 우리은행이 지난해 3분기 이같은 경영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자 기관과 경영진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이종휘 행장을 포함한 임원들은 성과급 가운데 4.5%를 삭감당했다. 지난해 4분기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늦어도 올 상반기 안에 4분기 실적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도 우리금융에 대한 징계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통상 예보위는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에 개최된다. 하지만 7월 둘째 수요일인 8일에도 예보위는 열리지 않았다. 오는 22일 안건을 상정할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22일에 안건이 상정되지 않으면 징계여부 결정은 또 다시 다음달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 이팔성 회장 이승우 사장 면담
예보측은 "새로 부임한 이승우 사장이 현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추가로 자료를 요청했기 때문에 조금 늦어지고 있다"며 "안건 상정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예보가 '밀린 숙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않는 가운데, 우리금융에 대한 징계 결정이 상당기간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 종합검사에 들어간 만큼, 금감원의 검사결과가 나온 뒤에야 징계여부와 수위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8일부터 한달 일정으로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했고, 같은 달 우리금융에 대한 검사에 들어갔다. 통상 검사결과는 검사가 종료된 뒤 3개월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은행권의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우리금융에 '관대한'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 핵심관계자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징계처분이 내려지면 시장은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놓고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질책을 해야하지만, 예보위가 징계수위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예보 리스크감시지원부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금융 실적부진의 원인 중에는 과거 경영진이 재임했을 당시 문제가 된 것들도 많아 신중한 검토작업이 필요하다"며 "실무진이 안건을 올리면 예보위에서 징계안건을 수용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조정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지난달 초 예보를 방문해 이승우 사장과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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