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불어도 아픈 통풍, 습관 개선 중요

나쁜 식생활습관 원인…대표적인 남성질환

입력 : 2015-09-30 오전 6:00:00
평소 고기와 술을 좋아하고 비만 체형의 신모(40, 남)씨는 새벽에 갑자기 오른쪽 엄지발가락 관절이 붉어지며 퉁퉁 붓고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병원을 찾은 그는 통풍 진단을 받았다.
 
통풍은 한자로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라는 뜻이다. 그만큼 관절에 극심한 통증이 발생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통풍은 서구 사회에서 흔한 질병이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고령화, 서구화된 식생활 습관 등으로 유병률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정상윤 분당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을 도움말을 통해 통풍의 원인과 치료,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통풍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4년 30만9000여명으로 2012년(26만5000여명) 대비 17% 증가했다.
 
2014년 기준 전체 환자에서 남성(28만2600여명)이 차지하는 비율이 91%에 달한다. 연령별로는 30대 15%, 40대 22%, 50대 24%, 60대 16%, 70대 11% 순이었다. 30대 미만은 5%에 불과했다.
 
통풍은 관절 부상이나 세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주요 원인은 '요산'이라는 물질이다. 요산이 혈액 내 과도하게 증가하면 관절로 들어가 바늘 모양으로 결정화되면서 급성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 핵 내에는 핵산이 있고, 여기에 포함된 '퓨린'이라는 물질이 대사과정을 통해 분해될 때 마지막으로 남는 산물이 요산이다. 우리 몸에서 세포가 분해되고 다시 생기는 과정에서 요산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요산의 생성이 과다하면 통풍이 발생한다.
 
통풍의 원인이 되는 퓨린은 음식과 술을 통해서 우리 몸에 흡수되기도 한다. 대부분은 신장이나 장을 통해서 배설되지만 배설에 장애가 생기면 통풍 발생 위험성이 높아진다.
 
모든 통풍 환자가 통증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혈중의 요산 농도가 증가했지만 통풍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요산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면 통증이 발생한다. 보통 잠들었을 때 통증이 갑자기 생긴다. 첫번째 발가락이 가장 흔하며 이외에도 발등, 발목, 뒤꿈치, 무릎, 손목, 손가락, 팔꿈치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신씨는 비만 체형으로 세포 수가 많아 요산 발생량이 많은 데다가, 평소 퓨린이 많은 고기와 술을 자주 섭취해 통풍 위험요인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과식과 과음으로 혈중 요산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 통풍이 발병한 것이다. 특히 요산은 차가운 환경에서 결정화가 잘 일어난다. 체온이 떨어지는 새벽에 심장에서 멀어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관절인 엄지발가락에 결정화가 이뤄질 것으로 볼 수 있다.
 
증상이 사라졌다가 6개월에서 2년 사이에 간헐적으로 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는 시간이 갈수록 빈도수가 증가한다. 방치하면 만성으로 악화되기 때문에 반드시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통풍 발작'이라는 급성 관절염이 발생하면 우선 약물로 염증과 통증을 완화시켜야 한다. 재발하는 경우에는 요산의 증가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약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이 약물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꾸준히 복용해야 하므로 의료진과 신중히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
 
통풍은 남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우 신부전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통풍 발생율이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여성은 체구가 작고 음식 섭취량도 적으며 신진대사가 느려 요산 증가가 드물기 때문이다. 여성호르몬이 요산 배설을 증가시켜 혈중 요산 농도를 낮추기도 한다.
 
통풍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선 생활습관의 개선이 중요하다. 과체중과 비만인 경우 요산 생성이 많아지므로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급격한 다이어트는 요산 배출을 감소시키고 무리한 운동은 혈중 요산 농도를 증가시켜 통풍 발작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통풍의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붉은 고기, 동물의 간과 내장, 농축된 육서, 등푸른 생선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알코올과 통풍과는 상극이므로 금주나 줄여야 한다. 맥주나 증류주보다는 위험도가 낮은 와인을 마시는 것이 좋다. 탄산음료와 과다 등에 들어 있는 과당이나 화학조미료는 요산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물은 혈중 요산 농도를 희석해주고 요산의 신장 배설을 도와주기 때문에 하루 10잔 이상 섭취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C나 커피 등은 통풍의 위험을 낮춘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과량으로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정상윤 분당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의 심각성을 모른 채 통증 시에만 진통제를 복용하면 관절이 손상되고 변형돼 영구장애가 유발될 수 있다"며 "통풍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병이 의심되는 경우 반드시 통풍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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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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