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특허가 남아 있는 B형간염치료제 오리지널약을 카피해 무단 판매한 동아에스티에게 복제약 판매금지 처분을 내렸다. 복제약 선진입을 노렸던 동아에스티는 비상이 걸렸다. 약사법에 따라 특허침해한 의약품은 품목취하되기 때문이다. 원개발사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도 당할 위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글로벌제약사인 BMS제약이 동아에스티를 상대로 제기한 '바라크루드' 복제약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지난 5일 승소 판결을 내렸다.
BMS제약의 B형감염치료제 바라크루드는 연 1500억원대 규모에 이르는 국내 최대품목이다. 오는 10월9일 특허가 만료돼 복제약 시장이 풀린다. 복제약 허가는 70여개사의 140여개 제품에 달한다. 이들은 특허만료일에 일제히 복제약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동아에스티는 특허만료일에 한달 앞서 9월7일 복제약 판매를 강행했다. 복제약을 선발매해 영업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다.
BMS제약과는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소송은 동아에스티에게 불리하게 흐르는 양상이다. 동아에스티는 바라크루드 특허무효 소송을 청구했지만 1심(1월12일)과 2심(9월10일)에서 모두 패했다. 바라크루드 특허 존속기간 연장무효 소송도 새롭게 제기했다.
BMS제약은 동아에스티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해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BMS제약 관계자는 "동아에스티가 실제로 복제약을 판매했는지 알아보고 대응할 예정"이라며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소송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전문가들은 이번 동아에스티의 강수를 중차대한 문제로 보고 있다. 복제약 발매 과정에서 의약품 특허를 침해해도 된다는 식으로 흐를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의약품 특허법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미국은 악의적인 특허침해로 인정되면 규제를 극대화하기 위해 3배의 배상을 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손해를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지급한다. 동아에스티는 1달 정도 복제약을 판매했기 때문에 배상액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배상액보다 복제약을 먼저 출시하는 게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업계에선 동아에스티가 이런 정황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에 저촉돼도 손해배상액이 적다는 국내법을 악용해 복제약 발매를 강행한 것"이라며 "동아에스티처럼 특허만료 1~2달 전에 복제약 출시를 강행하는 사례가 앞으로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약사법에 근거해 품목허가를 취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약사법의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48조 7호에는 '다른 사람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명된 의약품을 제조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또한 개별규칙 25의 다 조항에 따라 이를 위반한 경우 행정처분 1차로 '해당품목 허가취소' 조치가 내려진다.
동아에스티는 대형 오리지널약의 특허만료를 앞두고 경쟁사보다 빨리 복제약을 출시하려다가 오히려 품목취하의 위기에 몰린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특허 존속기간 연장무효 소송이 진행 중이고 동아에스티의 항소·상고 가능성도 있어 품목취하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향후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특허 무효 가능성, 특허 기간 연장의 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마치고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복제약을 환자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제공해 혜택을 주고자 하는 일반적이고 정당한 특허도전"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