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트렌드)한국 철강업계, 글로벌 시장 중·일과 승부하려면?

입력 : 2015-10-07 오후 1:54:08
[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전세계 철강 교역시장에서 최근 한국, 중국, 일본 3국으로 재편됨에 따라 한국업체들의 수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 전력이 절실한 가운데 3국을 견제하려는 전세계 국가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원은 '한·중·일 철강 수출구조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철강 교역시장에서 한·중·일이 세계 3대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구조적 전환기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들 3국을 중심으로 수출 경쟁이 격화되고 있으며 철강 보호무역주의도 심화되고 있는 상황으로, 한국은 제품 차별화를 통해 수출 경쟁력 향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전통적 수출 강국으로 위상을 지켜오던 일본을 제치고 지난 2006년 세계 1위 수출국으로 등극했으며 한국은 국내 상공정 투자 확대로 2011년부터 세계 3위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상위 3국의 수출은 지난해 1억6800만톤에 이르며 이는 세계 전체 교역량의 37.3%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3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입지 확대를 위해 최근 적극적으로 수출 확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은 전방위적 저가재 물량 공세 속에 수출품목 및 지역 다변화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중국은 2000년대 초 가격 경쟁력 우위 품목인 봉강, 형강, 후판 등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해 왔으며 최근에는 고급재 기술 발전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저가재를 앞세운 물량공세를 통해 최대 수출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는 인접지역 동남아시아(ASEAN) 시장을 비롯해 아프리카 끝단까지 수출지역 다변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올해 수출은 1억톤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2~3년간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에 1위 차리를 뺏긴 일본의 경우 현지 수요 네트워크를 활용한 고강도강 설비투자로 고도화 전략을 내세워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최적 생산을 위한 네트워크가 구축된 지역에 단순한 하공정 투자뿐만 아니라 고급재 생산 투자도 활발히 나서면서 수출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이같은 중국의 '물량공세'와 일본의 '소재·고강도강' 공략 가운데 끼어 진퇴양난의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하공정 설비 선진출을 통한 소재 수요 확보 전략으로 중국과 일본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동남아를 비롯한 멕시코, 미국, 인도 등 해외시장에 투자한 하공정 설비의 단계적 준공으로 소재 공급에 그나마 숨통을 트이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이같이 한·중·일 3국이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대체시장 발굴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글로벌 경쟁 격화로 한계에 노출한 상태라고 보았다. 3국이 막대한 물량을 쏟아내면서 세계 각 국의 내수 시장이 잠식되는 가운데, 철강가격 하락에 따른 주요 철강사의 수익성 악화로 글로벌 철강산업은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철강 수출은 한·중·일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양상이 지속되면서 2~3년래 3국의 교역 비중이 4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철강산업이 불황인 상황에서 섣불리 투자를 확대하기 어려워 당분간 3국을 중심으로 한 교역구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3국의 영향력이 이같이 지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수입규제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전체 철강 반덤핑 제소(AD)건 가운데 한·중·일 비중은 1995년부터 2011년 29%에서 2012년부터 2013년 44%로 증가했으며 이중 중국과 한국을 대상으로 한 건수도 급증한 상황이다. 또 과거에는 주로 선진국들이 AD 제소를 활용했으나 최근에는 내수시장을 잠식 당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AD 적용을 늘리는 추세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중·일 양국 사이에서 제품 차별화 등을 통한 수출 경쟁력 향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철강수출은 28% 급증한 반면 일본은 1.6% 증가에 그쳤고 한국은 0.2% 감소해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의 물량공세에 한국 수출이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이 침체되면서 철강내수 성장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수출시장 내몰림 현상'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기술개발을 통한 차별화된 제품으로 수입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노력과 함께 해외 생산기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현지 네트워크 강화 전략 등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직원이 철의 중간 소재인 슬라브 표면을 고르게 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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