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직접 소싱해 들여와 회사의 이름을 걸고 품질과 가격을 직접 보증해주던 직매입(자주MD) 상품들이 졸지에 고객들의 집객을 유도하는 '미끼상품'으로 전락해버렸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2주차를 맞은 백화점 업계가 '반쪽짜리 행사'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추가 할인에 나서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자주MD 브랜드 상품들을 싸게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조사가 아닌 유통사만 참여하는 기형적인 구조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백화점들은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일부 기업 오너의 지시 등으로 가격을 더 낮춰야 하는 입장이지만, 무턱대고 협력사에 판매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수수료 등으로 인해 역마진이 발생할 수도 있고, 무리한 할인요구가 외부에 잘못 알려진다면 '갑질' 논란으로 비난여론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백화점들이 내놓은 카드는 직매입(자주MD) 상품의 '노마진' 판매였다. 백화점이 직접 해외에서 들여와 판매하는 상품인 만큼 손해가 나더라도 협력사가 아닌 백화점이 손해를 보겠다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직접 운영하는 편집숍에서 판매하는 자주MD 상품의 할인율을 최대 90%까지 할인판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1위 롯데백화점이 오너의 지시로 마진을 포기하니 경쟁사들도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추가할인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꺼낼 수 있는 카드는 결국 자주MD의 마진을 버리는 방법 뿐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화점들이 짧은 시간에 갑자기 대규모 할인을 준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고육지책으로 짜낸 방안이 짧게는 2~3주, 길게는 1~2개월 후에 실시하려 했던 할인행사를 미리 당겨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애초에 준비가 부족했던 행사였던 만큼 백화점의 손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2주차 주말을 맞은 백화점업계가 가격 할인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직접 소싱해 들여오는 '자주MD' 브랜드 상품의 가격을 대폭 할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