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나온 수입차, 사과는 있고 대책은 없었다

국토위 종합감사서 거센 질타에 진땀
아우디폭스바겐측 거듭 사과…구체적 방안은 제시 못해

입력 : 2015-10-11 오전 10:13:24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사과는 있었지만 대책은 없었다.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불려나온 수입차 CEO들은 예상된 맹공에 연신 사과를 쏟아냈지만 향후 구체적 계획은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종합 국정감사에 일반증인 신분으로 참석한 폭스바겐,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의 한국법인 대표들은 호된 2시간여를 보냈다.
 
폭스바겐 디젤 배출가스 조작파문으로 점화된 수입차업계 전반에 걸친 불신 속에 늑장 대응 논란, 비싼 수리비, 딜러사 수익 악화, 반강제적 전용 금융계열사 이용 추천 등의 문제를 두고 쏟아진 의원들의 질타와 질문세례에 진땀을 뺐다. 하지만 여전히 사과와 기존 입장만 반복할 뿐 이렇다할 계획은 없어 또 다른 비판의 여지를 남겼다.
 
◇지난 8일 국토교통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한 수입차 업계 CEO들.(왼쪽부터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요하네스타머 아우디코리아 사장)(사진=뉴시스)
 
◇"국민에 대한 배신"…강도 높은 비판 이어져
 
이날 국감에서는 국내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는 독일 브랜드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은 "최근 외제차 그룹의 연비조작과 사후 서비스 미흡, 수리비 과다청구 등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는 지탄 받아야 마땅하며 그 탐욕적 경영을 지적하고 싶다"며 운을 뗀 뒤 각 사별 논란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 의원이 지적한 문제들은 뒤늦었던 폭스바겐측 사과와 거듭된 시동 꺼짐 현상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어 스스로 2억원 상당의 차량을 파손한 벤츠 차주, 생활고와 채무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BMW 딜러, 아우디의 불공정한 전속 금융계열사 횡포 등이었다.
 
특히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사건발생 20일 이후에나 사과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국감하니까 사과한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의원도 아우디폭스바겐그룹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두고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극"이라고 말했고 새누리당 이현승 의원 역시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은 사기 행위에 해당하는 범죄"라며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또 한국법인의 높은 영업이익에 반해 어려운 딜러사들의 상황과 딜러들의 부당한 처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윤석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의 차량을 판매하는 8개 딜러사들 중 2개사는 적자, 6개사는 0%의 단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기간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은 국내에서 1546억5500만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더불어 수입차 업체들의 할부 및 리스를 담당하는 전속 금융계열사들의 부당한 운영방침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국산차들이 운영하는 금융계열사들이 4~5%의 이자율을 적용하는데 반해 외제차는 8.9%을 적용하고 전속사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줘 편법으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 명백한 공정거래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의원들은 이밖에도 비싼 부품과 공임비, 보험료 관련 문제 등 그동안 수입차의 고질적 병폐를 2시간여에 걸쳐 지적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과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코리아 사장이 9일 국토교통위 종합 국정감사 중 고개숙여 사과하는 모습(사진=뉴시스)
 
◇수입차 CEO들, 거듭 사과…구체적 계획은 없어
 
각사 대표들은 저자세로 사과와 함께 개선의사를 밝혔지만 대부분 원론적인 대책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진심어린 사과'와 '최선의 노력'을 거듭 강조하며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표명했지만 기존 입장과 다를바 없는 실속없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이날 가장 많은 질문세례를 받은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상에 대해 낱낱이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한국고객들의 신뢰와 만족도를 회복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사건발생 20일 이후에나 사과 입장을 밝힌 이유는 충분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보상 계획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구체적 방안에 대해 묻자 본사 조사가 끝난 뒤 또는 환경부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 발표하겠다는 형식적인 대답만 내놨다. 독일 본사와 협의하겠다는 언급 정도가 전부였다.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코리아 사장 역시 딜러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해 "딜러들은 아우디의 가치있는 파트너로 딜러와 회사가 공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협력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금융계열사와 관련된 문제는 위반사항이 있었다면 응당한 처분을 받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와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도 지적된 문제를 수긍하며 해당 사항에 대한 적극적 개선 입장을 밝혔지만 자세한 내용은 없었다.
 
김 대표가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이 제기한 "하자 보증기간 중 타사 제품을 사용했을 때 수리해주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체 부품을 써도 보증수리를 받을수 있도록 노력하고 고객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이날 나온 수입차 CEO들 발언 중 그나마 자세한 답변이었다.
 
한편, 이번 폭스바겐 사태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관련 처벌과 기준을 강화하자는 법안 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는 디젤차를 친환경차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이에 따라 수입 디젤차가 강세를 보이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최근 하이브리드 차량이 재조명 받는 등 변화 조짐이 일고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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