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정치적 효과

입력 : 2015-10-11 오후 2:02:12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이념전쟁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정부여당이 시동을 건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이 사안의 추진전략을 논의하고 전면전에 나설 태세다. 이르면 금주 중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교육부가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어떤 정치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국정과제급의 거대이슈를 제기할 때는 해당 사안이 가져올 정치적 파급효과를 사전에 면밀히 살펴보는 게 필요한데, 과연 그러한 과정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사회적 공감대를 충분히 얻지 못한 사안의 추진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이슈의 파장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물론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없는 건 아니다. 보수층의 대결집을 가져와 통치 기반이 더 단단해질 수 있고, 무엇보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싸고 표출된 당청 갈등이 보수층의 결집을 이완시킬 수도 있는 상황에서 진보층과의 이념적 대결로 전선을 꾸리게 되면 내부 갈등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할 수도 있다. 또 수세적이고 방어적으로 선거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적 사안을 갖고 공세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득도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이 문제가 정국의 핵심 이슈로 자리할 경우, 야당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위해 국회에서 다른 법안과의 연계, 예산안 심의 거부, 장외 투쟁 등 극단적 행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결국 국정에 대한 발목잡기를 하는 야당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까지 더해진다. 정부여당은 별다른 정치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이다. 먼저 현재의 정치지형을 살펴봐야 한다. 제1야당은 여당에 비해 절반 정도의 정당지지율을 얻는 데 그치고 있다. 이미 여권성향층은 여당으로 충분히 결집되어 있다는 의미다. 반면 야권성향층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야권층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의 강도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야당 지지율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야권층은 보수정당의 독주에 대한 거부감이 클수록 결집강도를 높이는 특성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총선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이념문제에 치중하느라 민생문제를 외면했다는 시그널로 유권자들에게 작용할 수 있다. 선거란 본래 ‘정부여당에 대한 평가’다. 여야 내지, 각 정당 간의 단순 대결이 아니다. 국정에 권한과 책임이 있는 정부여당이 그간 성과를 많이 냈다면 여당에 투표하는 것이다. 별 성과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부여당에 회초리를 들기 위해 야당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특별한 국정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이념문제만 부각되면 유권자들의 평가는 냉정해진다.
 
이 사안을 임기 초가 아닌 지금에 와서 추진하는 것은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국정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자신감에 기반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최근 국정지지율은 북한과의 대화국면 전환, 외교적 성과의 축적 등 대통령이 어느 정파나 계파의 수장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지도자로서 국민의 안전과 나라의 이익을 위해 일한 데 따른 것이다.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국정교과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대통령이 이념의 한쪽 편을 드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는 모든 국민의 지도자가 아니라, 어느 한 정파만의 수장이라는 인식을 강화하게 되고, 결국엔 국정의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심이 정략적 의도와는 다르게 움직일 때, 그때가 위기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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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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