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중국공산당 18기 5중전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전인대는 거수기, 이번이 '진짜'…13차 5개년 계획 윤곽 드러날 듯

입력 : 2015-10-13 오후 2:08:12
전세계의 이목이 다시 중국으로 모아지고 있다. 더 정확히는 오는 26~29일 개최 예정인 중국공산당의 전당대회로 쏠리는 시선이다. 중국공산당이 정치·경제적으로 어떠한 메세지를 전달할 지에 금융계를 비롯한 각계의 글로벌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해진 중국 내 언론과 대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경기 둔화를 타개할 새로운 부양책과 내년부터 시행될 13차 5개년 계획의 대략적인 내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부정부패 척결과 군사 개혁 등도 주된 논의 사항으로 점쳐진다.
 
그런데 왜 입법부나 행정부가 아닌 일개 정당의 행사에 전세계가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중국의 정치 시스템을 먼저 알아야 한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공산당이 곧 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의 당 규약을 정리한 당장(黨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중국 본토에서 인민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유일한 집권 정당이다. 중국의 최고 행정기관인 국무원의 요직을 공산당 고위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중국의 육해공군과 제2포병부대, 무장경찰부대를 총괄하는 인민해방군도 헌법상 국가의 군대가 아닌 당의 군대다. 지난달 초 전승절 열병식에서 약속한 병력 감축 계획을 전당대회에서 논의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일당 독재란 외부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중국민주동맹, 중국민주건국회 등 이른바 '민주당파'라 불리는 8개의 소수 정당의 존재를 인정하고는 있지만 이들에게 실질적 권력은 없다.
 
◇공산당이 곧 중국…정점에 7인 상무위원회
 
2010년 말 기준 중국공산당원은 8026만9000명이다. 항일운동이 한창이던 1920년대 10여 명으로 창당한 것을 생각한다면 약 100년만에 이룬 눈부신 성과다. 이들 중 최고 통치기구인 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할 수 있는 인원은 약 2270명이다. 당대회라고도 불리는 전국대표대회는 항일전쟁, 국공내전,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등 다소 혼란한 시기에는 비정기적으로 열렸지만 마오쩌둥 사망 후 열린 1977년 제11기 회의 때 부터는 5년마다 개최되는 것으로 정례화 됐다. 이 자리에서는 당장 개정이나 중앙위원회,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위원 선출 등을 포함한 당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한다. 아울러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잡지 '구시'의 출간도 이들이 담당한다. 현재는 2012년 11월 구성된 제18기의 임기가 진행 중이다.
 
당의 중요한 결정을 위해 2000여명의 인원이 수시로 모일 수는 없는 노릇. 전국대표대회 폐회 기간 중 공산당의 모든 업무를 이끌고 대외적으로 공산당을 대표하는 조직이 중앙위원회다. 중앙위원회는 전국대표회의에서 총 인원을 결정해 투표로 선출한다. 현재 205명의 중앙위원과 171명의 후보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후보위원은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할 권한은 있지만 최종 표결권은 없다. 대신 중앙위원에 결원이 발생할 경우 득표순으로 자리를 메울 수 있다.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통상적으로 매년 가을 한 차례 개최되지만 특별한 안건이 있을 경우 연간 2~3번까지도 소집될 수 있다. 전체회의의 정식 명칭은 '중국공산당 제O기 중앙위원회 제X차 전체회의'인데, 이를 줄여 'O기X중전회'라 부른다. 곧 열리는 공산당 전당대회를 '18기5중전회'라 부르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18기 중앙위원회가 개최하는 5번째 전체회의라는 의미가 된다.
 
지난해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18기 4중전회에 참석한 7인의 상무위원 모습. 중국공산당 내 시진핑(가운데)의 공식 직함은 중앙위원회 총서기다. (사진/뉴시스)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는 평상시에는 중앙정치국이 직권을 행사한다. 중앙정치국은 중앙위원회에서 선출된 25명으로 구성되는데, 정년이 70세인 것을 감안해 임명 시점을 기준으로 65세 미만의 인사가 선발되는 것이 관례다. 정치국 회의는 개최 시기와 관련한 별도의 규정 없이 비정기적으로 소집되지만 베이징에 상주하지 않는 정치국 위원이 많은 점을 고려해 예고 없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중앙정치국에서 또 한 번 추려지면 공산당 권력의 정점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들게된다. 상무위원의 수는 매번 달라지지만 의결과정에서 동수를 피하기 위해 반드시 홀수로 구성돼야 한다. 17기에는 9명, 18기에는 7명의 상무위원이 선출됐다. 입법과 행정, 사법을 관통하는 권력을 지니고 있는 상무위원들은 공산당의 일상적인 사안과 대소사를 모두 관장한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 베이징 중난하이에 모여 국정 전반에 걸친 주요 방침을 결정한다. 중앙위원회 총서기직을 맡아 최고 권력자에 등극한 시진핑을 비롯해 리커창, 장더장, 위정성, 류윈산, 왕치산, 장가오리가 18기 상무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전인대 의결 사항 사전 조율 무대
 
공산당이 곧 중국이란 점은 정부의 정책 결정에 공산당의 입김을 배제할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의 주요 시책은 매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최종 확정, 공표된다. 하지만 전인대에 올려지는 주요 안건은 대부분 전년도 가을 진행되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중전회)에서 정해지며 부결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전인대 참석자가 중전회 참석자와 대체로 겹치기 때문으로 헌법상 최고 권력기관인 전인대가 거수기라는 오명을 갖게된 배경이기도 하다.
 
중전회의 논의 사항도 사전에 조율된다. 7월 말에서 8월 초 공산당 고위 간부들이 휴양지로 유명한 허베이성 베이다이허에 모여 당의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올해에는 비리 인사 척결 방안과 내년부터 시행될 제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의 초안 작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 총서기가 주재하는 중전회에서 심의를 거친 내용은 연말 예정된 경제공작회의에서 한번 더 논의된 후 전인대 표결에 부쳐진다. 
 
◇5중전회, 새로운 5년 여는 분수령
 
이 같은 이유로 매년 가을 세간의 이목이 베이징으로 집중된다. 특히 올해는 여느때보다도 관심도가 높은데 이번이 18기 중앙위원회가 구성된 후 다섯번째 회의라는데 이유가 있다. 앞서도 잠시 언급한 13차 5개년 계획이 이 자리에서 정해지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정례화 된 이후 5번째 회의는 13기(1987년~1992년)를 제외하고는 줄곧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마무리되던 해에 열렸다. 과거 5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5년을 여는 분수령이 되는 시점인 것이다. 더욱이 13차 5개년 계획은 종료 시점이 중국공산당 창건 100주년과 맞닿아 있어 당의 장기 목표 달성에 관건이 되는 시기로도 여겨진다. 
 
 
여기에 시진핑 지도부가 독자적으로 수립하는 첫 5개년 계획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2020년까지 국민 모두가 의식주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샤오캉(小康)사회를 건설한다는 목표에 얼마나 근접할 수 있는가에 따라 시진핑 지도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계속해서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2020년까지 경제 규모를 2010년의 두 배로 확대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1만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얼마나 잘 이행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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