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증권가에서는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배당주는 연말 결산시기에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의 주식이다. 해당 주식을 결산일 2~3일 전에 사두면 1년 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배당을 기대하고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가 더 오르기도 한다. 찬바람이 부는 9월이나 10월부터 배당주를 사라는 말이 투자업계에서 공식처럼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밖에도 배당주는 주가가 하락할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배당을 실시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커지거나 증시가 부진할 때 투자 매력이 부각되기도 한다.
실제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배당주 관련 상품으로의 자금 유입은 꾸준히 이어졌다. 14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던 배당주 펀드는 5월부터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해 9월 말에는 5조5,719억 원까지 불어났다. 수익률도 양호한 편이다. 변동성이 컸던 올 3분기 배당주 펀드 수익률도 3.47%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6.44% 하락한 것에 비하면 선방한 것으로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배당주 투자적기로 불리는 10월에는 매해 시장보다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0월은 투자자들이 배당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시기"라며 "2010년 이후 배당주 성과가 벤치마크(기준지수 대비) 수익률을 밑돌았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 배당친화정책 '우호적' 세제 민감종목 '주목'
투자업계에서는 배당주 투자 열기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연말을 앞둔 계절적 특성도 있지만 1%대 저금리와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 등 정부의 배당친화적 정책이 배당주 투자를 부추길 것이란 설명이다. 무엇보다 올해에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 등 정부의 배당친화적 정책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종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투자' 배당, 임금' 세 분야에 대해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과잉 유보자금의 지출을 늘리도록 해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세제이다. 세 항목 중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 배당일 가능성이 크다.
투자는 ‘사업성을 고려하고 최적의 시기를 선택해야 하는 만큼 인위적으로 완급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고 임금은 적정 금액 이상으로 올리게 되면 향후 기업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정일 신영증권 산업분석팀장은 "기업이 법인세 추가 납부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배당금 지급을 늘리는 방안을 선택하는 것 외에 대안이 크게 없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정부정책을 고려하면서 공기업 등 정부정책과 규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군과 정보기술(IT)·자동차 등 성장성 약화를 주주친화적 정책 변화로 대응해갈 기업을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은 4분기에 총 4조3000억원을 순매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숙산업 내 성장성이 정체되고 유보율이 과다인 대형수출주나 션금을 많이 쌓아둘 것으로 보이는 기업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SK텔레콤, KT&G, 기업은행, 대교, 강원랜드 등을 유망 배당주로 꼽았다.
배당받으려면 결산기일 전 주주명부에 올라야
물론 배당주 투자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배당은 기업 회계연도 결산기일 이전에 주식명부에 올라야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회계연도 결산일이 언제인지 반드시 확인해야한다. 특히 주식을 매수해 대금 결제까지 2~3거래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3일 전에 매수해야한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또 하나 배당주에 처음 투자할 때 헷갈리는 부분이 배당률과 배당투자수익률인데 이는 엄연히 다르다. 배당률은 1주당 액면 가격에 대한 배당금의 비율이다. 회사가 주식을 처음 발행할 때 액면가가 5000원이고, 주식 시장에서 시가가 2만5000원인 기업이 1000원을 배당하면 배당률은 20%지만 배당수익률은 4%이다. 만약 이 회사 주가가 5만원으로 상승할 경우 배당률은 동일하나 배당수익률은 2%로 하락한다. 여기서 배당률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시가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배당주 시기 잘못고르면 '낭패'
배당주 투자로 배당을 받는다고 무조건 수익만 기대하다 때를 놓치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12월 결산법인인 배당주는 9월쯤부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다가 11월 말이나 12월 초 주가가 가장 높은 가격에 형성된다. 이러한 패턴을 보고 일부 투자자들은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다 주가가 최고점일 것으로 예상하는 12월에 주식을 처분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주식을 처분하려는 투자자가 시장에 많아지면 주가는 내려가게 된다. 예를 들어 다른 조건 없이 주당가격이 10만원인 주식 A에 대해 배당금을 기대하고 매수했을 경우 투자자가 몰려서 15만원까지 주가가 오를 수도 있다. 결산일이 가까워졌을 때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한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게 되고 결국 A주가는 10만원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이를 배당락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 매도 시기를 놓치면 배당이익은 얻을 수 있지만 주가 하락으로 손해가 더 클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 지점 관계자는 "배당주에 투자할 때 처음에는 시세 차익에 욕심을 부리다가 오히려 크게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며 "배당주를 목적으로 한다면 그 수익 자체를 목적하되 과도한 투자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