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의 '즐거운 동행'에 참여하기 위한 중소기업은 몇 가지 원칙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회사가 전수하는 품질관리, 마케팅 등의 노하우를 최소한 유지는 할 수 있을만한 규모와 인력을 갖춘 곳이어야 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CJ제일제당 측에서 직원들의 기본업무 외의 추가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전수된 기술이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임석환 CJ제일제당 CSV경영팀장은 "식품산업은 전체 2만5000여 기업 중 종업원수 10인 이상 사업장이 18%, 연매출 10억원 이상인 경우가 14%에 그치는 등 매우 열악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의 지원이 보여주기식으로 끝나지 않고 중소기업들의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도록 돕기 위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CJ제일제당이 진행하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겹치지 않는 아이템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 이유로 임 팀장은 "회사가 진행하는 사업과 똑같은 품목일 경우 관심이 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식품회사로서 지켜야 하는 법규를 준수하고 소비자에게 해가 되는 이물질을 재료에 사용하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회사의 윤리경영 기조와 연관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즐거운 동행 참여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측면에서 일부 기업이 눈에 띄는 성장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익을 보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참여 기업들의 제품이 이익이 나지 않는다면 애로사항이 생길 수도 있다"며 "최소한의 영업이익은 내는 식으로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선 부서의 업무가 가중되는 것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CSV경영팀 외에 타 부서의 도움도 필요로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 팀장은 "회사 내 연구개발 인력이나 품질관리자들은 현재도 협력기업들에 연 5회 가량의 현장지도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의 경우 기본적인 사항부터 다시 지도해야 하는 등의 애로가 있다"고 언급했다.
CJ제일제당 직원들이 경북 경주소재 식품업체 미정 직원 관계자들과 업무를 협의하고 있다. 사진/미정
지원대상이 단일 기업체가 아닌 조합형태일 경우 이들 사이의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일도 사업주체로써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즐거운동행 시작 초창기부터 참여 중인 한 조합의 경우 과거 자체 진행했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실패를 경험했던 적이 있다. 이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대기업과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불신의 벽을 해소하고 의견을 조율, 취합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해당 상품 판매를 위해 필요한 품질위생조건과 식품안전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CJ제일제당이 보유한 미생물분석 인프라 등을 투입하는 등의 과정도 거쳐야했다.
한편 중소기업들의 열악한 식품사업 역량을 개선해나가는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회사의 진정성을 전달함으로써 타 식품관련 대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과제로 남아있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영세 식품업체 대상 식품안전교육을 실시하고 검사비용도 일부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사단법인 식품안전상생협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자본금(10억원)과 연간운영비(7억원 선)은 전액 CJ제일제당이 부담하고 있다.
이러한 다소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CJ제일제당 측은 해당 사업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기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방적인 방식이 아닌,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데 대기업의 역량을 지원하는 상생활동이라는 명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임 팀장은 "오는 2020년까지 즐거운 동행을 연매출 1000억원대의 메가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