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때가 다가온다. 오전 수업이 끝나갈 무렵, 고픈 배와 함께 시작된 생각. ‘뭘 먹을까?’, ‘어디로 가지?’ 끼니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고민이다. 학교생활을 하며 밖에서 밥을 먹다 보니 웬만한 ‘밥집’은 한 번씩 다 가봤다. 새로운 곳을 찾기는 글렀고, 그렇다고 또 딱히 먹고 싶은 게 떠오르지 않는 날. 강의실에서부터 시작된 고민은 학교 밖을 나와서도 끝나지 않는다. 어느새 피로가 몰려온다. 어떡하지... 아, 거기에 가야겠다. 특별한 생각 없이 가도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곳. 점심시간이면 아담한 공간이 학생들로 가득 차는 이곳은 주먹밥 하우스다.
메뉴판 한쪽을 가득 채우는 주먹밥과 특선메뉴인 마요 밥, 뚝배기 치즈 밥, 돈까스 그리고 분식 등 웬만한 밥 종류는 다 있다. 메뉴마다 맛이 좋고 양이 많아 편안한 마음으로 고를 수 있다. 널찍한 메뉴판 앞에 서서 비로소 선택의 즐거움을 느낀다. 닭갈비 주먹밥 하나, 떡볶이 하나, 참치 치즈 밥 하나. 주먹밥 하우스의 메뉴들은 대체로 가격대가 저렴한 편이어서 먹고 싶은 메뉴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주먹밥은 밥 한 공기만큼 크고 쫄깃쫄깃한 밀 떡볶이는 주먹밥과 궁합이 잘 맞다.
닭갈비 주먹밥과 떡볶이. 사진/바람아시아
뚝배기 치즈 밥은 치즈를 좋아하는 나에게 맞춤 메뉴이다. “뚝배기 참치 치즈 밥 나왔습니다~!” 사장님의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치즈 밥을 마주했다. 뜨거운 뚝배기에 참치가 듬뿍, 맛있는 모짜렐라 치즈가 듬뿍 들어있다. 쓱쓱, 치즈와 함께 비벼 먹으면 뚝배기 한 그릇은 금방이다.
참치 치즈 밥. 사진/바람아시아
식사를 마친 후, 사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주먹밥 하우스가 학교 앞에 있은 지 얼마나 되었나요?
- 지난해 5월부터 있었으니까, 1년 4개월 정도 되었지요.
Q. 주먹밥 하우스의 대표메뉴는 당연히 주먹밥일 것 같은데요. 다양한 주먹밥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먹밥은 무엇인가요?
- 보통 가장 많이 나가는 것은 단체주문으로 자주 나가는 혼합 주먹밥이라든지, 닭갈비 주먹밥, 챔프 주먹밥을 가장 많이 찾으세요. 오삼 불고기나 청양고추참치, 훈제오리가 들어간 주먹밥은 찾는 분들만 따로 찾는 편이에요.
주먹밥 하우스의 주먹밥들. 종류가 다양하다. 사진/바람아시아
Q. 가격대가 싼 편인데, 낮은 단가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주 고객층을 학생들로 해서 웬만하면 가격을 지금 정도로 유지하려고 해요. 박리다매 전략이라고, 많이 팔면 많이 남는 것이지요. 그래서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학생들을 모으고자 해요.(웃음) 그리고 종업원을 두지 않고 손님들이 직접 음식을 가지고 가게 해요. 인건비를 줄여 그만큼을 손님들께 돌아가도록 하는 거죠.
Q. 주먹밥 하우스는 식사시간 때마다 학생들로 가득 차 있는데요. 몇 번 왔었는데 헛걸음한 적이 많았어요. 학생들이 왜 이렇게 많이 찾는다고 생각하시나요?
- 크고 맛있으니까요. 제가 손이 큰 편이라서 보통 양보다 더 크게 해주는 편인데, 학생들이 그 점을 좋게 봐준 것 같아요. 제가 대학생 자녀를 둬서 그런지 학생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에 더 챙겨주고 싶어요. 제가 만든 밥을 학생들이 다 먹고 가면 너무 예쁘고, 남기고 가면 또 맛이 없었나 하면서 뭐가 문제였는지 혼자 고민하기도 해요.
주먹밥 하우스의 사장님은 사장님이자 두 아들의 ‘어머니’였다. 맛있게 먹는 학생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는 사장님은 그래서 늘 웃는 얼굴이신가 보다.
Q. 주먹밥 이외에도 다른 메뉴가 많은데, 다른 메뉴는 어떤 게 가장 맛있나요?
- 학생들이 바쁜 시간에도 간편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마요 밥이 가장 많이 나가요. 모짜렐라 치즈 밥도 인기가 많고요. 모짜렐라 치즈 밥은 돼지갈비, 닭갈비, 참치, 스팸 치즈 밥이 있는데요. 각각의 재료에 김치와 양념, 옥수수, 모짜렐라 치즈가 들어가요. 치즈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특별히 치즈량을 더 늘려서 넣고 있어요.
치킨 마요 밥. 고소한 견과류와 닭 강정을 밥과 함께 비벼 먹는다. 바삭한 닭강정이 특히나 맛있다. 사진/바람아시아
Q. 학생들에게 언제나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장님만의 경영철학이 있다면요?
- 기분 좋게 먹는 밥이 맛있잖아요. 계산대 하나를 두고 손님을 조금 멀찍이서 마주하지만,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어요. 음식을 만들 때는 특별한 건 없지만 내가 맛있으면 남도 맛있고, 내 자식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면, 맘 편하게 손님들한테 드릴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 만들어요. 실제로 여기 있는 메뉴들을 집에 가져가서도 먹기도 하거든요. 아이들한테도 주고. 그런 마음으로 하면 학생들도 잘 먹을 수 있겠다, 하고 만들어요.
Q. 주먹밥에 들어가는 밥이 흑미 밥이던데, 특별히 흑미 밥으로 하신 이유가 있으세요?
- 흑미가 들어가면 향이 좋아지거든요. 그냥 흰밥보다는 흑미 밥이 맛도 있고, 보기도 좋아서 쓰게 되었어요. 그리고 주먹밥엔 통깨를 꼭 뿌려요. 있으나 마나 한 것 같지만, 주먹밥의 참기름과 함께 고소함을 더할 수 있거든요.
Q. 학생들한테 어떤 밥을 만들어주시고 싶으세요?
- 매일 같은 것만 먹으면 질릴까 봐,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소담 비빔밥‘이라는 메뉴를 개발했어요. 소담 비빔밥은 돌솥 비빔밥 같은 건데, 채소에 소고기를 넣고 양념을 넣어 비벼 먹는 거예요. 싱싱한 채소가 들어가서 향도 좋고, 잘 어우러져서 인기도 꽤 있는 편이에요.
주먹밥 하우스의 메뉴 수가 유난히 많은 이유가 있었다. ‘질리지 않는 밥’을 만들기 위한 사장님의 노력에 주먹밥 하우스에는 철판 제육볶음, 철판 오삼덮밥 등 이 밥, 저 밥이 늘어가고 있다.
Q. 다른 주먹밥 집과 주먹밥 하우스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저희 주먹밥 하우스에서는 주먹밥 속 재료를 그때그때 만들어요. 그래서 좀 느리긴 하지만 갓 만든 주먹밥을 학생들이 먹을 수 있게 하지요. 또 다른 주먹밥에 비해 속을 더 많이 넣어서 양을 최대한으로 늘렸어요. 또 주먹밥은 먹기가 간편해요. 그래서 공강 시간이 짧은 학생들이나 혼자 밥을 먹는 학생들이 와서 먹고 가기에 좋죠.
Q. 이곳에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으셨는데, 특별히 힘든 점은 없으신가요?
- 힘든 점은 그다지 없고,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죠. 처음에 개업했을 때 맛있다고 블로그에 올려주기도 하고, 소문도 많이 내줬어요. 또 어떤 친구가 소상공인 협회에서 무료로 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고 알려줘서 이번에 사이트도 만들게 되었어요. 학생들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받아서 더 힘이 나요.
주먹밥 하우스 단대점 사이트. 간단한 가게 소개와 메뉴들을 알아볼 수 있다. 사진/바람아시아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 학생들이 자주 오지 않더라도, 가끔 와서 맛있게 남기지 않고 먹고 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음식이 싱겁거나 짜면 얼마든지 괜찮으니 자유롭게 말해줘요. 학생들의 피드백을 통해 주먹밥 하우스가 더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동글동글한 주먹밥만큼 사장님의 학생들을 향한 마음씨도 동글동글했다. 가게 앞에 붙여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집’이라는 표어는 학교 앞에서 계속 맛있는 밥집을 운영하고 싶다는 사장님의 포부가 엿보였다. 매일 먹는 밥이지만 아무렇게나 먹을 순 없고, 든든하면서도 간편한 밥을 먹고 싶을 때 주먹밥 하우스에 가보자. 속이 꽉 찬 주먹밥으로 배를 채우고 나면 포근한 포만감에 동글동글한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단국대 앞 주먹밥 하우스. 사진/바람아시아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