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실손보험의 라쇼몽 효과

입력 : 2009-07-17 오전 11:21:41

[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영화 '라쇼몽(羅生門)'은 비가 억수처럼 쏟아 지던 날, 라쇼몽이라는 반쯤 무너진 절 아래 세사람이 모여 살인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증인으로 법정에 나간 스님과 나무꾼은 행인에게 자신들이 재판 과정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한다. 그 이야기의 핵심은 사무라이가 칼에 찔려 죽은 사건에 관해 관련자들이 모두 자기 시각으로만 얘기한다는 것이다.

 

결국 명백한 한 가지 일을 두고 모두 다 엇갈린 진술을 하다보니 사건은 더욱 미궁에 빠져버리게 된다.

 

보는 사람마다 자기 처지에 따라 진실을 말하는 현상을 '라쇼몽 효과'라 부른다.

 

하지만 동일한 현상을 두고 각 입장에 따른 진술이 엇갈리면서도 각각 나름대로 개연성을 갖고 있다.

 

최근 실손보험 시장을 두고 생보·손보 양 업계의 주장은 서로 엇갈리지만 모두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현재 논란이 되는 부문은 금융위원회가 기존 손해보험사들이 100% 보장을 해주던 부문을 90%로 제한하면서 사실상 의료비를 전액보장받는 실손보험이 사망선고를 받은 것.

 

생보사들은 도덕적해이에 따른 보험료 인상으로 다른 선의의 계약자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금융위원회의 조치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용역에서 도덕적해이와 실손보험의 보험금 과다 지급 사이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는 논거에는 정작 말을 아끼고 있다.

 

손보사들도 소비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현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뒤로는 '늦기 전에 빨리 가입하는게 유리하다'며 '품절마케팅'으로 한몫 올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당초 KDI 연구용역 결과가 자신들에게 불리해지자 결국 손보사들의 손해율을 문제삼았다.

 

양업계의 엇갈리는 주장과 금융위원회의 어정쩡한 입장. 이들이 서로 자기 시각에 따라 다르게 주장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은 실손보험에 언제 어떻게 가입하는게 좋은지 독자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게 됐다.

 

정작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설계사들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보험업계가 서로 고객의 이익을 앞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처럼 '라쇼몽'의 비밀 만들기를 계속한다면 미궁속에 빠진 소비자들은 결국 상업주의적 계산이 깔려있음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뉴스토마토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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