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풍속 탐지 장비인 라이다(LIDAR) 입찰과 계약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항공기상청, 한국기상산업진흥원 관계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김관정)는 전 항공기상청 정보지원과장 연모(47)씨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전 한국기상산업진흥원 장비관리부 팀장 박모(56)씨를 입찰방해 등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연씨는 프랑스 L사의 라이다 제품이 적합 판정을 받았음에도 시정 요구를 하는 등 인수를 거부하고, 박씨는 해당 입찰 과정에서 미국 L사의 제품이 낙찰되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2011년 1월28일 진흥원과 라이다 구매를 대행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박씨는 미국 L사 제품을 수입하는 국내 업체 W사 직원과 공모한 후 그래 6월 L사 제품이 적합하다는 내용의 구매사유서를 조달청에 발송했다.
이에 조달청은 고가인 라이다를 수의 계약으로 진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전자입찰공고를 진행했고, 이 입찰에는 W사 외에도 프랑스 L사 제품을 수입하는 K사도 참여했다.
라이다 도입심의위원회 간사였던 박씨는 그해 9월27일 심의위원들에게 프랑스 L사 제품이 기상청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허위 요약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고, 결국 진흥원은 10월24일 미국 L사 제품이 적합하다는 평가 결과를 조달청에 통보했다.
하지만 조달청은 사실상 단일 응찰이라며 재입찰을 공고한 후 직접 평가를 진행해 적합 판정을 받은 두 제품 중 가격이 더 저렴한 프랑스 L사 제품을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으며, 이후 진흥원은 12월23일 K사와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W사는 조달청의 결정해 불복해 대전지방법원에 조달물자입찰절차속행금지가처분소송을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박씨는 W사에 이름, 소속기관 등이 포함된 입찰제안서 평가 점수 집계표 등을 전달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낙찰자로 선정된 K사는 2013년 3월부터 4월까지 프랑스 L사 제품을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에 설치했고, 진흥원은 박씨가 연루되는 분쟁이 일자 감리업체로 H사를 선정해 검사·검수 절차를 진행했다.
진흥원은 H사의 검사 결과에 따라 적합 의견을 기상청에 보고했지만, 연씨는 L사의 제품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므로 인수할 수 없다고 밝혀 진흥원이 부적합으로 변경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K사는 그해 6월5일 진흥원을 상대로 라이다 공급 대급 지급을 청구했고, 8월5일 서울지방법원에 진흥원 등을 피고로 물품 대금 11억42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지방법원은 지난해 5월13일 11억3200만원을 지급하라는 사실상 K사의 승소 판결을 내렸고, 진흥원은 이에 항소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